종자(從子) 상헌(尙憲) 지음

중부(仲父) 시정공(寺正公)께서 돌아가신후 23년 되는 갑술(甲戌)해에 묘도(墓道)에 표석(表石)을 세우니 공(公)의 아우의 아들 상헌(尙憲)이 당형(堂兄) 소사구(少司寇)의 명(命)으로 서문(序文)을 짖고 명(命)을 만들었다. 서문(序文)에 이르기를

공(公)의 성(姓)은 김씨(金氏)이고 휘는 원효(元孝)이며 자는 희주(希周)이니 구휘(舊諱)는 달효(達孝)이시다. 안동(安東)인(人)으로 시조(始祖) 삼한벽상공신삼중대광태사 휘 선평(宣平)께서는 고려 태조(太祖)를 도와 큰 공(功)이 있었으며, 사(社)에서 제사(祭祀)를 지내게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끊임이 없다.

증조부(曾祖父)는 사헌부장령부군(司憲府掌令府君) 휘 영수(永銖)이시고, 조부(祖父)는 평양부서윤(平壤府庶尹)을 지내시고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증직(贈職)되신 휘 번(?)이시고 아버지는 신천군수(信川郡守) 증의정부좌찬성부군 휘 생해(生海)이시고 어머니 정경부인(貞敬夫人) 완산(完山)이씨(李氏)는 성종(成宗)대왕(大王)의 손자인 경명군(景命君) 휘 침(枕)의 따님이시다. 세 아드님을 두셨고 공(公)이 그 둘째이시다.

가정(嘉靖) 병신년(丙申年 1536) 4월 초2일에 나시고, 만력(萬曆) 임자년(1612) 9월 15일에 돌아가셨으니 수(壽)는 77세이시다.

계유년(癸酉年 1573)에 사마시(司馬試)에 합격(合格)하시고 벼슬하여 돈영부참봉(敦寧府參奉), 사축서별제(司畜暑別提), 선공감참봉(繕工監參奉)이 되시고 내간상(內艱喪)을 당하시어, 상기(喪期)를 마치신뒤에 익위사시직翊衛司寺直)에 임명(任命)되시고 천거(薦擧)하는 사람이 있어 승진(陞進)하여 사복시주부에 제수(除授) 되시었다. 직명이 낭천현감(狼川縣監)으로 바뀌었는데, 곧 체직(遞職)되어 부임(赴任)하지 않으셨다.

사직(社稷)과 평시(坪市) 두 서령(署令)과 군기시첨정(軍器寺僉正)을 거치시고 부정(副正)으로 오르시고 또 정(正)으로 오르셨다. 여러 번 직위(職位)을 옮기셨으나 본시(本時)를 떠나지 않으셨으니, 그 관직(官職)에 능(能)하셨기 때문이었다. 상헌(尙憲)이 소시(少時)에 중부(仲父)께서 자질(子姪)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 하건대.

“ 나는 불행하게도 선군자(先君子)를 모시고 봉양(奉養)을 다하지 못하였다. 이제 오직 추현(追顯)하는 한 가지 일로 조금이나마 슬프고 서운한 마음을 펼 수 있을 뿐인데, 나와 너의 아비를 돌아보건대 그렇게 해 드리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후일에 이것을 힘쓰거라”
하고 늘 평소에 말씀하셨다.

그런데 마침 선조조(宣祖朝)에서 평난(平難)의 공(功)을 기록(記錄)할 때에, 공(公)은 수고(受苦)함이 있어서 종훈일등(從勳一等)에 참여하여 신천부군에게 승정원죄승지(承政院左承旨)를 증직(贈職)하고, 이어서 또 다른 자손(子孫)들의 은전(恩典)으로 법례(法例)에 따라 고경(孤卿)으로 가직(加職)되셨다.

그러나 처음으로 은전(恩典)을 받았을 때는 추현(追顯)의 소원(所願)이 이루어진 것으로, 대부인(大夫人)께서 재당(在堂)하시어 친(親)히 교명(敎命)을 받으셨으니 일가(一家)의 광영(光榮)이라는 것을 공(公)으로부터 비로소 보게 되었다. 이는 대개 지성(至誠)이 쌓이고 쌓인 때문이다.

공(公)이 대부인(大夫人)을 섬기시는 데 있어서는 오로지 승순(承順)할 것을 생각하고, 한상 가인(家人)들을 신칙(申飭)하여 시장(市場)에 신물(新物)이 나왔다고 들으면 반드시 비싼 값으로 먼저 사 오게하여 맛있게 단 것을 받들어 올렸다. 가인(家人)들도 공(公)의 뜻을 따라서 비록 공(公)이 출타(出他) 하였을 때라도, 하나의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늘 먼저 드리도록 하였다.

백씨(伯氏)가 영남(嶺南) 고을에 부임하여 관아(官衙)에서 죽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공(公)이 부상(父喪)하였는데, 유월(六月)에 천리(千里)를 가니 날씨가 더워 입이 다 부르터서 수장(水漿)을 통하지 못하였다. 위태로운 고통(苦痛)이 여러 가지로 많았으나 몸을 스스로 편하게 하려고는 하시지 않았다. 영구(靈柩)를 수행(隨行)해 오시어 장사(葬事)를 마치심에 유감(遺憾)스럼움이 없었다.

아우님과 함께 연세(年歲)가 모두 팔질(八?)이신데 우애(友愛) 모두 제량(劑量)하시어 일년 내내 결핍(缺乏)함이 없었다. 그러나 남은 재물(財物)을 많이 축적(蓄積)하지는 않으시고 겨우 충족할 만큼에서 그치셨다. 또한 남에게 구걸(求乞)을 하지 않으셨으며 관직(官職)에 재임(在任)하실 때에는 정사(政事)를 더욱 근칙(謹飭), 주상(周詳)하시고 심하게 꾸짓거나 혹독(酷毒)한 매를 때리지 않아도 이서(吏胥)들이 일을 잘 하고 한결같이 마음을 다하여 지수(指授)하시는대로 승순(承順)하였다. 일을 귀신(鬼神)같이 변별(辨別)하시니 동료(同僚)들이 경탄(敬憚)하며 심복(心腹)하였다.

무고(武庫, 軍器寺)의 둘 째(副正) 자리라는 것은 일은 잔일이 많았고 여러 동료(同僚)는 무관(武官)이 많았으며 서리(犀利)들은 기름처럼 매끄럽고 제 멋대로 행동하여 감수(監守)를 조금 늦추면 늘 오명(汚名)을 쓰고 떠나는 것이었다. 공(公)께서는 몸으로 솔선수범하여 무고(武庫)에서 나같다가 남은 물건은 작은 물건이라도 반납(返納)하였다. 회계(會計)가 해마다 늘어나니 당시 이상(李相) 항복(恒福)이 제조(提調)가 되었는데 공(公)의 유능함을 살펴서 전부(銓部)에 천거(薦擧)하여 한 시(寺)의 장(長)으로 발탁(拔擢)하였기 때문에 장관(長官)을 맡았는데, 반듯이 종반(從班)의 중망(重望)을 써서 총괄(總括)하여 다스렸다.

어떤 사람이 공(公)을 발탁한 이유를 물으니 이상(李相)이 대답하기를 “내가 사람을 얻었소이다” 라고 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서 마침 중국 사신(使臣)이 왔는데 시(寺)에서 붕차(棚車)와 나희(儺戱)장관(長官)의 책임이 다른 때에 비교하여 더욱 무거웠는데, 공(公)이 동정(董整)하여 본보기가 되니 넉넉하게 여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李相)의 사람 보는 눈에 착오(錯誤)가 없다고 칭찬하였다.
공(公)은 윗 사람을 공경(恭敬)으로 섬겼으나 비굴(卑屈)하지 않았고 아랫사람을 엄(嚴)하게 대우(待遇)하였으나 은의(恩義)가 있었다. 일에 임(臨)하여 호령(號令)할 때는 관맹(寬猛)이 적의(適宜)하였다. 이 때문에 여러 관직(官職)을 거치시면서 모두 명성(名聲)과 실적(實績)이 현저(顯著)하셨다.

부인 완산이씨(完山李氏)는 충의위(忠義衛) 승열(承說)의 따님이니 태종대왕(太宗大王)의 후손이시다. 을미(乙未, 1535)생이신데 만력(萬曆) 을유년(1585) 8월 12일 병으로 돌아가셨다. 1남 2녀를 두셨으니 아들은 상준(尙寯)이라고 하며 문과(文科)에 올라 형조참판(形曹參判)이 되었다. 큰 딸은 허제필(許劑弼)에게 시집가니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이요, 작은 딸은 김강재(金强哉)에게 시집갔는데 일찍 죽었다.

참판(參判)에게 자식 셋이 있으니, 아들 광욱(光煜)은 시종(侍從)과 주목(州牧)을 역임하였고, 광위()는 현감(縣監)을 지냈고, 딸은 윤이지(尹履之)에게 시집같는데 병조참판(兵曹參判)이다.

광위()의 아들 수익(壽翼)은 홍문관수찬(弘文館修撰)이며, 내외(內外)의 증손(曾孫) 현손(玄孫)이 95인(人)이다. 양주읍 동쪽 도혈리(陶穴里) 묘좌(卯坐) 유향의 언덕에 장사하니 부인의 묘는 뒤에 있다.

공(公)이 스스로 이렇게 말하신 적이 있다.
“ 나는 백 가지 집사(執事)에 남보다 잘하는 일이 없지만, 만약 공도방오(孔道旁午)의 땅에 폐란(?亂)하여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고을을 하나 얻어서 다스려보라고 한다면 기월(期月)을 넘기지 않고 치적(治績)을 올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그러나 공(公)은 젊어서 과업(科業)을 전공(專攻)하였으나, 이미 오래도록 때를 만나지 못하였고, 늦게야 비로소 입사(入仕)하여, 또 연령 제한의 제도(制度)에 구애(拘碍)되어 마침내 한 고을을 시험하여 백성에게 혜택(惠澤)을 주려는 공(公)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래서 공을 아는 자는 모두 이를 탄석(歎惜)한다.

일찍이 듣건대, 그 자신을 넉넉하게 아니한 자는 반드시 후손(後孫)에게 남겨 준다고 하였는데, 생각하건대 장차 지금에 내려와서 크게 문호(門戶)를 넓히려 한 것인가?

명(銘)을 지어 가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