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심양안 (御心養安)

 작은 일을 못 참고 화를 내다가, 그만한 일로 화를 낸 것에 또 화가 난다.

 치미는 화가 나를 흔들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이럴 때면 '칠극(七克)'의 '식분(熄忿)'을 편다.

 "怒者何(노자하)  분노란 무엇인가?

  復讐之願也(복수지원야)  원수를 갚으려는 바람이다.

  惡言詈語(악언리어)  나쁜 말과 욕설,

  爭鬪戰伐(쟁투전벌)  다툼과 싸움,

  傷殺過刑諸情(상살과형제정)  살상과 지나친 형벌 같은 여러 가지 일은

   皆怒之流也(개노지류야) 모두 분노의 종류다."

 분노가 빚어내는 행동이 이렇다.

 "忍主一去(인주일거)  인내라는 주인이 한번 떠나가면,

  心怒目瞋(심노목진)  마음은 성을 내고 눈은 부라리며,

  舌譯面厲(설역면려)  혀는 마구 떠들고 얼굴은 사나워진다.

  手奮身顫(수분신전)  손은 흥분하고 몸은 벌벌 떨려,

  百役盡亂矣(백역진란의)  온갖 일이 한꺼번에 어지러워진다."

  이것은 분노의 결과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

 "非義之怒(비의지노)  의롭지 않은 분노는

  猛獸之情也(맹수지정야)  사나운 짐승의 감정이다.

  無理以御心(무리이어심)  이치로 마음을 부리지 못하고,

  無忍以當害(무인이당해)  인내로 해로움을 감당함도 없다.

  故有毒氣螫尾(고유독기석미)  이 때문에 독한 기운이나 독을 품은 꼬리가 있고,

  或有堅蹄銳角(혹유견제예각)  굳센 발굽과 날카로운 뿔이 있으며,

  或有利齒長距(혹유리치장거)  예리한 이빨과 긴 발톱을 갖추고

  恣所用之(자소용지)  마음대로 이를 써서

  以防害復讐(이방해복수)  해를 막고 원수를 갚는다."

 분노는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독기를 쏘고, 할퀴고 들이박고 물어뜯는다.

 그래서 말한다.

 "怒情以鬪能勝之(노정이투능승지)  분노의 감정은 싸워야만 이길 수가 있지,

  以避不能勝之(이피부능승지)  피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분노를 막는 방패는 인내다.

 "忍者何(인자하)  인내란 무엇인가?

  以平心受害(이평심수해)  평온한 마음으로 해로움을 받아들이고,

  不忌授我害者是也(불기수아해자시야)  내게 해를 준 사람을 꺼리지 않는 것이다."

 막상 쉽지는 않다.

 "夫忍者(부인자)  인내란

  善人之甲胄也(선인지갑주야)  착한 사람의 갑옷과 투구이다.

  以當世變(이당세변)  이것으로 세상의 변고를 감당하고,

  勝鬼魔(승귀마)  마귀를 이기며,

  攻諸私(공제사)  여러 삿됨을 공격하고,

  保諸德(보제덕)  여러 가지 덕을 지킨다.

  防怒(방노)  분노를 막고,

  羈舌(기설)  혀를 묶으며,

  御心(어심)  마음을 다스려,

  養安(양안)  편안함을 기른다.

  鎭怖(진포)  두려움을 누르고,

  祛憂(거우)  근심을 없애며,

  絶爭(절쟁)  다툼을 끊어낸다."

 남 탓하며 분노하니 내 마음에 지옥이 생긴다.

 인내의 방패로 혀부터 묶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겠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