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실덕 (正念實德)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만 많고 내가 버겁다.

 이수광(李睟光)의 잡저 중에 '경어잡편(警語雜編)'을 읽어 마음을 가다듬는다.

 후지(後識)에 이렇게 썼다.

 "내가 시골집에서 한가롭게 지내면서 인사(人事)를 폐(廢)해 끊고, 정좌존심(靜坐存心)의 법을 시험 삼아 행하였다.

  한두 달 뒤부터는 글을 보면 그전에 뜻이 통하지 않던 곳도 자못 의미가 통해 막히는 것이 적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짧은 성찰 수십 조목을 모아 두었다.

 "眼者(안자)  눈은

  心之旗也(심지기야)  마음의 깃발이다.

  視高則心隨而擧(시고즉심수이거)  보는 곳이 높으면 마음도 따라서 올라가고,

  視低則心隨而降(시저즉심수이강)  보는 것이 낮으면 마음도 덩달아 내려온다.

  故曰目容端(고왈목용단)  그래서 '목용단(目容端)', 즉 눈을 단정히 두라고 하니,

  蓋視端則心自正(개시단즉심자정)  대개 보는 것이 단정하면 마음은 절로 바르게 된다."

 눈높이가 마음의 높이를 결정한다.

 "正念存則一心自正(정념존즉일심자정)  정념(正念)을 간직하면 한마음이 절로 바르고,

  實德立則百行皆實(실덕립즉백행개실)  실덕(實德)을 세우면 모든 행실이 다 알차다."

 뜬 궁리, 헛생각을 지워야 바른 마음이 들어선다.

 실다운 덕이라야 행동이 알차게 변한다.

 "學焉而無所得者(학언이무소득자)  공부해서 소득이 없는 자는

  未老而衰(미로이쇠)  늙기 전에 쇠하고,

  有所得者(유소득자)  소득이 있는 사람은

  老而不衰(로이부쇠)  늙어도 끄떡없다.

  老者形貌也(로자형모야)  늙는 것은 형상과 겉모습이고,

  不衰者志氣也(부쇠자지기야)  쇠하지 않는 것은 뜻과 기상이다."

 제대로 공부하면 몸은 늙어도 뜻은 시들지 않는다.

 헛공부를 하면 폼만 잡다가 그냥 시들고 만다.

 "持之而不變者(지지이불변자)  지녀서 변치 않는 것을

  謂之自守(위지자수)  일러 '자수(自守)' 즉 스스로를 지킨다고 하고,

  守之而不疑者(수지이불의자)  지켜 의심치 않는 것을

  謂之自信(謂之自信)  두고 '자신(自信)' 곧 스스로를 믿는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신감이란 자기가 가 는 길이 옳다고 믿어 바꾸지 않고, 의심치 않는 데서 생기는 든든한 힘이다.

 "立志必專(립지필전)  뜻을 세움은 전일하게,

  進學必勇(진학필용)  배움에 나아감은 용감하게,

  省察必精(성찰필정)  돌이켜 살핌은 정밀하게,

  存養必熟(존양필숙)  간직해 기름은 꼼꼼하게 해야 한다."

 결국 세상을 사는 일이란 뜻을 세워 공부하고 끊임없이 성찰해서 배워 익힌 것을 내 몸에 깃들이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어떤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