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제복 (注心臍腹)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뜬생각이 늘 문제다.

 홍대용(洪大容)이 연행 길에서 만난 중국 선비 조욱종(趙煜宗)에게 공부하는 법을 친절히 일러준 '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에도 이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凡浮念不可一朝凈盡(범부념불가일조정진)  뜬생각을 하루아침에 말끔하게 없앨 수는 없다.

  惟貴勿忘(유귀물망)  다만 잊지 않으면서,

  隨加澄治(수가징치)  여기에 더해 맑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或値心氣不平(혹치심기불평)  간혹 평온치 않은 심기가 나를 옥죄어

  纏縛不去(전박불거)  떠나지 않거든,

  卽默坐闔眼(즉묵좌합안)  바로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注心臍腹(주심제복)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켜라.

  神明歸舍(신명귀사)  그러면 정신이 집으로 돌아오고,

  浮氣退聽(부기퇴청)  뜬 기운이 물러나 고분고분해진다."

 글 속에 나오는 주심제복(注心臍腹), 즉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키라는 말이 귀에 익어 찾아보니 주자가 제자 황자경(黃子耕)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한 말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病中不宜思慮(병중부의사려)  병중에 생각에 잠기는 것은 좋지 않다.

  凡百可且一切放下(범백가차일체방하)  모든 일을 잠깐 내려놓고

  專以存心養氣爲務(전이존심양기위무)  오로지 마음을 보존하고 기운을 기르는 것에만 힘쓰는 것이 옳다.

  但加趺靜坐(단가부정좌)  다만 가부좌를 틀고 고요히 앉아서

  目視鼻端(목시비단)  눈은 코끝을 보고,

  注心臍腹之下(주심제복지하)  마음을 배꼽 아래에다 집중시키도록 해라.

  久自溫煖(구자온난)  오래되어 저절로 따뜻해지면

  卽漸見功效矣(즉점견공효의)  점차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강준흠(姜浚欽)은 '밤중(夜)'이라는 시에서

 "四壁圖書無一事(사벽도서무일사)  사방 벽엔 책뿐이요 아무 일도 없는데,

  注心臍腹氣氤氳(주심제복기인온)  배꼽에 마음 모으니 기운이 따스하다"

 고 썼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선은 코끝을 응시한다.

 일렁이는 마음을 달래 단전 쪽으로 내려보낸다.

 그러면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 몸을 덥혀주어 순환이 순조로워지고 잡념이 사 라진다.

 하지만 조선 후기 박장원(朴長遠)은 '차록(箚錄)'에서 주자의 이 편지를 인용한 뒤,

 "今欲依此下工夫(금욕의차하공부)  이제 이 방법에 따라 공부를 하려 하는데,

  而心下千頭萬緖(이심하천두만서)  마음속의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의

  驅去不得(구거부득)  실마리들을 몰아낼 수가 없으니,

  恐無得力處也(공무득력처야)  소용이 없을까 걱정스럽다"

 고 탄식했다.

 코끝을 응시하며 마음을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의 시간!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