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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1 05:58

견마최난(犬馬最難)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209  

     견마최난(犬馬最難)

 

 '57 닭'도 있고 '59 돼지'도 있는데 사람들은 유독 '58 개띠'를 얘기했다.
 1958년은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로 비로소 6·25 전 수준을 회복한 해다.
 전쟁의 굶주림과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내일을 생각할 겨를을 갖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그렇다 해도 숫자로 보면 59년생이 78만8910명, 60년생이 86만8684명으로 58년생 75만910명보다 많다.

 58년생이 입에 오르내린 건 그들이 베이비붐의 중앙에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름의 어떤 시대적 역할을 수행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개띠'였기 때문에 더 했던 것 아닐까.
 개는 만만하다.
 개는 오욕(汚辱)과 비루함을 견디며 굴러온 한국 현대사와도 닮았다.
 "아비는 종이었다…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서정주 '자화상')
 그 1958년으로부터 60년, 다시 개의 해가 밝았다. 

[만물상] 견마최난(犬馬最難)


 '읍견군폐(邑犬群吠)'라고 했다.
  동네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댄다


 는 뜻이다.
 소인배들이 떼 지어 누군가를 헐뜯는 세상이다.

 '술집 개가 사나우면 주막의 술이 시어진다
  (狗猛酒酸·구맹주산)'


 는 말도 있다.
 권력 주변에 사나운 개들이 많으면 현명한 이들이 모이지 않는 법이다.
 속담과 격언에 나오는 개는 하나같이 흔하고, 천하고, 싸우는 모습이다.
 인간은 몇 조각 먹이로 개를 길들여놓고 개의 대가 없는 충성심을 비굴하다고 욕하기도 한다.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곧 하찮거나 만만하게 볼 수 있을까.
 옛글 가운데 드물게 개를 대접한 문장이 있다.


 "개와 말은 어렵고 귀신과 도깨비는 쉽다
  견마최난 귀매최역(犬馬最難 鬼魅最易)."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개나 말은 항상 보기 때문에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어렵다.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비평의 눈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귀신이나 도깨비는 아무도 본 일이 없어 어떻게 그리든 시비할 사람이 없다.

 인생의 많은 중요한 일들은 견마(犬馬)처럼 평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실제 행하기 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평범한 것은 하찮게 여기고 있지도 않은 귀신이나 도깨비를 좇는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사람보다 튀는 기행(奇行) 하는 사람을 높이 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사회는 상식과 기본을 잃어간다.
 '58 개'들이 환갑을 맞는다.
  세대의 수레바퀴가 한번 크게 돌았다는 얘기다.
  새해 아침 '견마최난' 의 뜻을 되새겨본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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