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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25 01:18

다자필무 (多者必無)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130  

    다자필무 (多者必無)

 

 바쁜 일상 속에서도 평온을 꿈꾼다.

 일에 파묻혀 살아도 단출한 생활을 그리워한다.

 명나라 팽여양(彭汝讓)의 '목궤용담(木几冗談)'을 읽었다.

 "半窗一几(
(반창일궤)  책상 앞에서 창을 반쯤 여니,

  遠興閑思(원흥한사)  고상한 흥취와 한가로운 생각에

  天地何其寥闊也(천지하기요활야)  천지는 어찌 이다지도 아득한가?

  淸晨端起(청신단기)  맑은 새벽에 단정히 일어나서는

  亭午高眠(정오고면)  대낮에는 베개를 높이 베고 자니,

  胸襟何其洗滌也(흉금하기세척야)  마음속이 어찌 이렇듯이 깨끗한가?"


 새벽 창을 여니 청신한 기운이 밀려든다.

 생각은 끝없고 천지는 가없다.

 낮에는 잠깐 눈을 붙여 원기를 충전한다.

 마음속에 찌꺼기가 하나도 없다.

 "多躁者必無沈毅之識(
다조자필무침의지식몹시 조급한 사람은 반드시 침착하고 굳센 식견이 없다.

 多畏者必無踔越之見(다외자필무탁월지견)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대개 우뚝한 견해가 없다.

 多欲者必無慷慨之節(다욕자필무강개지절)  욕심이 많은 사람은 틀림없이 강개한 절개가 없다.

 多言者必無質實之心(다언자필무질실지심)  말이 많은 사람은 늘상 실다운 마음이 없다.

 多勇者必無文學之雅(다용자필무문학지아)  용력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문학의 아취가 없다."


 어느 한 부분이 지나치면 갖춰야 할 것이 사라진다.

 급한 성질이 침착함을 앗아가고, 두려움은 과단성을 빼앗아버린다.

 다변은 마음을 허황하게 만든다.

 힘만 믿고 날뛰면 사람이 천박해진다.

 "多富貴則易驕淫(
다부귀칙역교음)  지나치게 부귀하면 교만해져서 도리에 어긋나기가 쉽다.

  多貧賤則易局促(다빈천칙역국촉)  너무 가난하거나 천하면 움츠러들기 쉽다.

  多患難則易恐懼(다환난칙역공구)  환난을 지나치게 겪으면 두려워하기가 쉽다.

  多酬應則易機械(多數응칙역기계)  사람을 너무 많이 상대하면 수단을 부리기가 쉽다.

  多交遊則易浮泛(다교유칙역부범)  사귀는 벗이 너무 많으면 들떠서 경박해지기가 쉽다.

  多言語則易差失(다언어칙역차실)  말이 너무 많으면 실수하기가 쉽다.

  多讀書則易感慨(다독서칙역감개)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으면 감개하기가 쉽다 ."

  많아 좋을 것이 없다.

 지나친 부귀는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견디기 힘든 빈천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환난도 지나치면 사람을 망가뜨린다.

 종일 이 일 저 일로 번다하고, 날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 일 만들고 떠들어대면 사람이 붕 떠서 껍데기만 남는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무턱대고 읽는 책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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