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야동

 식(食)과 색(色)은 매우 심오한 주제라서 다루기가 어려운 분야이다.

 식이 있어야 색이 있고 색이 있어야 식도 있다.

 식색동원(食色同源)이다.

 심오하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근원인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탐진치 삼독심(貪瞋癡 三毒心)의 원재료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성과 속이 동시에 내포된 주제는 중간에서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공자님도

 '음식남녀는 인간의 커다란 욕망

  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飮食男女 人之大慾存焉)'

 이라고 예를 논하는 '예기(禮記)'에서 설파한 바 있다.

 커다란 욕망이라고 굳이 표현한 이유는 끊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발본색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허용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예(禮)가 등장한다.

 본능과 윤리의 타협점이 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예는 시대에 따라서 변하고 환경에 따라서 변한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인간의 섹스를 방사(房事)라고 표현하였다.

 '방에서 하는 일'이었다.

 방(房)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차단된 장소를 상징한다.

 방사의 반대 표현을 찾는다면 아마 야합(野合)이 될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보면 공자는 그 부모가 야외의 들판에서 야합하여 태어난 자식이라고 나온다.

 21세기 인터넷의 발달로 생겨난 '야동'은 '방사'의 고정관념을 깨 버렸다.

 인간의 섹스를 축구 경기 시청하듯이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는 구경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 인간의 수치심을 유발시키고 불편하게 만든다.

 동물은 먹이를 획득하면 자기 은신처로 가져가서 안 보이는 데서 먹지만 암수의 교미는 보는 데서 한다.

  인간은 반대이다.

 음식은 보는 데서 먹지만 섹스는 안 보이는 데서 한다. 비유하자면 동물 세계에서 먹방은 규제가 따르지만 야동은 규제가 별로 없다.

 인간 세계에서 먹방은 규제가 없지만 야동은 규제한다.

 이 지점에서 동물과 인간이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단 말인가! 아니면 달라야 하는 것인가.

 동물과 같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