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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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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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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관동
 조회 :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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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寒)
추워지는 요즘 날씨에 가장 잘 맞는 한자다.
더운 여름 가니, 찾아오는 것은 차가운 날씨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四季)가 갈마듦에 따라 생기는 기후의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는 버릇이 있다.
동북아시아의 날씨는 더위보다 추위가 매서운 게 특징이다.
심한 더위인 혹서(酷暑)에 사망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매서운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은 많다.
따라서 더위보다는 추위를 평가하는 말들이 제법 부정적이다.
한(寒)의 쓰임새는 대개 ‘헐벗음’ ‘굶주림’ ‘부족함’ 등이다.
따라서 보통은 ‘보잘것없는 사람 또는 상태’와 동의어다.
한관(寒官)이라고 하면 지위가 낮은 관원(官員)이다.
한족(寒族)이라고 적으면 내세울 것 없는 가문(家門) 또는 그런 가족(家族)이다.
출신이 변변치 않으면 한문(寒門)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자신의 집안을 낮춰 부를 때 쓰기도 한다.
한선(寒蟬)이라는 말도 있다.
원래는 매미의 일종이지만, 그에 덧붙여 울지 않는 매미라는 비판적인 뜻을 담고 있다.
매미의 대표적인 특징은 울음에 있다.
울지 않으면 매미가 아니라고 본 것.
차가운 날씨에 움츠러든 채 울지 않는 게 ‘한선’이다.
불의(不義)에는 눈감고, 시류(時流)만 좇는 지식인이나 관료를 비꼬는 말이다
괜히 추워 보이는 달은 한월(寒月), 낙엽만이 뒹구는 쓸쓸한 산은 한산(寒山)이다.
처량하게 내리는 비는 한우(寒雨), 슬프게 읊조리는 것은 한음(寒吟)이다.
날씨의 차가움이 깊어지면 쓰는 말이 엄한(嚴寒)이자 융한(隆寒)이다.
혹한(酷寒) 역시 지독한 겨울의 추위를 일컬을 때 쓴다.
엄동(嚴冬), 융동(隆冬)과 동의어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크게 내려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생긴 변화다.
그저 가고 오는 계절에서 자연스레 찾아온 한랑(寒凉)함이겠거니 하면서도 마음은 왠지 더 춥다.
태광그룹과 신한은행. 오너와 최고 경영자들이 추하게 부린 욕심으로 연일 사람들의 구설(口舌)에 오른다.
그러나 어디 그들뿐인가.
이 사회에서 부정직함과 비리는 일부 대기업, 잘나가는 사람들의 대명사처럼 된 지 오래다.
정말 한심(寒心)한 사람들이다.
남의 마음 차갑게 만드는 사람.
또는 정직함과 선량함을 잃어 음습(陰濕)함이 마음에 가득한 사람.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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