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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1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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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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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관동
 조회 :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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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楓)
“오매, 단풍 들겄네!”
시인 김영랑(1903~1950)이 제 누이의 입을 빌려 뿜어낸 가을의 감탄사다.
가을바람에 날아오는 붉게 변한 감잎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자아낸 탄성이다.
요즘 한반도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김영랑 시인이 내뿜은 감탄의 때를 이미 훌쩍 넘어섰
다.
온 산이 붉게 타오른 지 오래다.
풍(楓)은 단풍나무를 가리킨다.
가을을 상징하는 지구 북반구의 대표적인 식생(植生)이다.
손바닥처럼 생긴 초록의 나뭇잎은 가을에 접어들면 다섯의 붉은색으로 바뀐다.
오채풍(五彩楓)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다.
나무 자체는 단풍(丹楓)·홍풍(紅楓)·풍향수(楓香樹) 등으로 불린다.
잎은 두껍고 가지는 가늘어 바람에 잘 흔들린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나무 목(木)에 바람 풍(風)이라는 글자를 붙였다는 해석이 있다.
붉게 물드는 가을 산은 정감(情感)을 자극한다.
“停車坐愛楓林晩 수레를 멈추니, 단풍 숲 저녁이 좋아서…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은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라는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구(詩句)가 대표적이다.
모든 것이 잦아드는 만추(晩秋)의 해 지는 저녁 기운이 두드러진다
귀로 받아들이는 단풍도 있다.
“月落烏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우니 서리 찬 하늘이라.
江楓漁火對愁眠 강의 단풍, 고깃배 등불에 시름겨운 잠자리”
역시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작품이다.
서리 가득한 가을 밤하늘 아래에서 단풍이 보일 리 없건만 시인은 그를 느낀다.
바람에 잘 흔들리는 단풍나무의 속성 때문이다.
추색(秋色)은 처량(凄凉)하다.
차가운 겨울 기운이 바로 앞에 다가서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스러지는 숙살(肅殺)의 기운이 그런 분위기를 더 북돋는다.
“霜重楓將老 서리가 많아져 단풍의 색은 바래고,
秋酣菊已 가을 깊어져 국화 시들었네”
라는 시구 등이 살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을 또한 우주의 자연적인 순환 중의 한 과정이다.
그저 다가선 추위 때문에 나뭇잎의 엽록소가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뿐이다.
차가워지는 가을, 다가선 겨울에 주눅 들 것도 없다.
햇빛에 요염한 색깔을 뽐내는 단풍잎 하나 말려 책갈피에 간직함으로써 이 가을을 유쾌하게 보내는 것이 순리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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