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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1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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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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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관동
 조회 :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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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국조보감(國朝寶鑑)』 ‘세조 2년(1457) 12월’조에는, 왕세자의 ‘입학례(入學禮)’에 관한 기사가 있다.
“왕세자가 선성(先聖 : 공자)을 배알하고 물러나 박사(博士)에게 가서 속수(束脩)를 행하고 강경(講經)했다”는 기사다.
세자가 성균관에 입학할 때 스승인 박사에게 속수를 바치고 수업을 들었다는 것인데 속수가 등록금이었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서 공자는
“속수 이상의 예를 행한 자는 내 일찍이 가르쳐 주지 않은 바가 없었다
(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라고 말했다.
수(脩)는 육포(肉脯), 속수(束脩)는 육포 열 조각을 뜻한다.
약간의 예물을 가져가 배움을 청하는 속수지례(束脩之禮)의 유래다.
고려 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개에게 명하는 글(命斑獒文)’이란 익살스러운 글이 있다.
이규보는 개에게 “생강이나 계피를 넣어 말린 육포 담긴 쟁반이나, 절인 생선 담은 접시와 뜸 잘 든 밥이 든 솥이나, 식혜 한 단지나 술 한 병을 선생에게 바치는 속수를 행하려는 자가 오거든 너는 짖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빈손으로만 오지 않으면 누구든 가르쳐 주겠다는 뜻이다.
월료(月料)라는 말도 수업료라는 뜻인데, 국가에서 교육자에게 주는 월급이란 뜻도 있다.
성균관이나 사부학당(四部學堂 : 사학)의 박사나 교수·훈도들에게 주는 봉급이 월름(月廩) 또는 월료였다.
질정관(質正官) 조헌(趙憲)은 선조 7년(1574) 11월 “외학(外學 : 지방 학교)의 학장(學長)에게는 쓸모없는 곳에 소비하는 비용을 모아 월료를 주자”고 제안했다.
낭비되는 국가 예산을 모아 지방 교육가들의 봉급으로 돌리자는 주장이었다.
북송(北宋)의 위태(魏泰)가 지은 『동헌필록(東軒筆錄)』에는 양안국(楊安國)이란 인물이 공자의 속수에 대해 돈이 필요했던 것(須要錢)이라고 말해 송 인종(仁宗)이 웃었다고 전한다.
양안국은 공자를 모독했다는 비난을 받지만 아주 적은 수업료를 받는 것도 문제 삼았던 것이 동양의 교육문화였다.
현재 대학가는 매년 등록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년대계를 더 이상 수요자의 희생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낭비되는 국가 예산을 교육비로 돌리자는 조헌의 주장은 지금도 가치가 있다.
낭비되는 예산을 가난하고 영민한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수사회 진입에 실패한 인재들을 국가교수로 채용하는 월료로 돌린다면 대학 사회에 신선한 긴장풍을 불러일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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