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三寒四溫) 이 덕 일
한국의 겨울 기온을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한다.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 시베리아 방면의 고기압이 커지면 추워졌다가 몽골 방면에서 저기압이 생겨 남으로 내려오면 추위가 풀리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삼한사온은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만 정작 그 기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저런 문적을 찾아보니 조선 중기 삼학사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1570~1652)의 언급이 있었다.
그는 효종 2년(1651) 정태화(鄭太和)의 부친 정광성(鄭廣成)에게 쓴 '정영해에게 답하는 글(答鄭寧海)'에서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웠다면서 '삼한사온이란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고 썼다.
이때도 삼한사온이란 말이 보편화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숙종~영조 때 문신인 희암(希菴) 채팽윤(蔡彭胤:1669~1731)도 "극심한 추위가 4일째를 지나니 삼한사온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썼다.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의 문인으로 강화학파(江華學派)의 일원이었던 저촌(樗村) 심육(沈 :1685~1753)은 진소(陳 )라는 시에서
"冬春大抵少晴暄 겨울 봄 대개 맑고 온난한 날 적으니
不信三寒有四溫 삼한사온 믿지 못하겠네"
라고 읊었다.
'저촌선생유교'에 실린 이 시 바로 앞이 봄 추위를 읊은 춘한(春寒)이란 시인데,
"춘심은 무슨 일로冬春大抵少晴暄 또 추위를 재촉하는가 (春心何事又催寒)"
란 내용이어서 그해 추위가 심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구정을 춘절(春節)이라 하듯이 옛사람들은 설이 지나면 봄으로 간주했다.
삼한사온에 대해서 부정적인 글이 많은 것은 추위가 계속되는 예외적인 상황을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양반이 아니면서도 여섯 차례나 중국에 드나든 조선판 여행가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1762~1849)은 사군행(使君行)이란 시에서 삼한사온이란 말을 옛날 늙은 농부에게 들었다고 쓰고 있다.
추위가 사흘을 넘으면 불평했던 선조들은 삼한사한(三寒四寒)이 아니면 삼온사온(三溫四溫)인 현재의 이상 기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100년 후에는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는 분석은 말할 것도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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