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와선생대둔송담기유

    (夢窩先生大芚松潭記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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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芚 海南之名山也 대둔산 (大芚山)은 해남(海南)의 명산이다

中有寺觀之盛 산중에는 성대한 사찰의 경관과

水石之好 수석(水石)의 아름다움이 있으며

又多奇花異樹 또 신기한 꽃과 특이한 나무들은

雖竆冬大雪 비록 한겨울 눈 속에서도

而丹葩翠葉 붉은 꽃 봉우리와 푸른 잎이

交映於一山 온 산에 어우러져 비치니

與春無異 봄과 다르지 않아

名其洞以長春 그 동네 이름을 장춘(長春)이라고

蓋以此也 한 것이 바로 이 때문 이였을 것이다

自長春循大川 장춘 에서부터 큰 내를 따라

而下至于十里許 아래로 10여 리 쯤 가면

有所謂松潭 송담(松潭)이 있다

者即松湖白公之菟裘이 곳이 바로 송호(松湖:白振男)가 은자(隱者)로 살던 곳 이였으나,

而今爲其外孫所有者也 지금은 그의 외손이 소유하고 있다

潭之爲勝 송담이 명승지가 된 까닭은

據湖海溪山之會 호수와 바다가 모여진 지형에 의한 것이며

帶陂池水竹之饒 피지(陂池)의 물과 대나무의 풍요로움이 둘러있고,

橘柚之實 귤과 유자열매,

蓴鱸之味 순나물과 쏘가리 맛 등

亦無所不有 없는 것이 없을 뿐더러,

居然有吳.越間風氣云由是어느덧 오.월(吳.越)의 남국 기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 했다,

大芚松潭益擅勝於南國人 이로부터 대둔송담이 명승지로 남쪽지방사람

多遊賞者 구경꾼들에게 독차지 되었으나

然其間 그 사이

騷人.墨客之往來者 소인(騷人) 묵객 (墨客)으로 왕래하던 자들이

前後何限 어떤 한계점이 있었기에

而皆戞戞乎無聞 모두가 아득히 알려지지 않고 있었는데,

獨我先曾祖文正公嘗以御史 다만 우리 선조이신 증조부 문정공(文正公)께서 일찍 어사(御史)로 임명 받아

入耽羅也 탐라(耽羅:제주)로 들어가실 때에

路由海南 해남을 거쳐

乃與松湖公及梨川李公 가시는 길이 마침 송호.이천(梨川:李弘胄)과

聯翩往來于大芚松潭之間 나란히 대둔.송담 사이를 왕래하셨으니,

竆山海之勝 산과 바다와 명승지가 다한 곳에서

極觴詠之樂 술잔을 권하고 시를 읊는 극히 즐겁던 일들이

至今傳之爲勝事 지금까지 훌륭한 사실로 전하고

其酬唱諸作 시문(詩文)을 주고 받으시던 작품이

尙傳于世 아직도 세상에 전하고 있으니,

吁其盛哉 , 아! 성대한 일이로다,

余每從先祖集中 는 늘 선조문집 내용을 따라

讀其詩 그때 시를 감상하고

想其事 그때 사실을 생각하면서

欲一致身於其地而海山千里之外

顧無所因以至焉 한번 그 지역의 해산 밖을 직접 가려고 했으나 도리어 인연이 없어 지금에 이르렀는데

及我家君 우리 아버지[金壽恒]께서

受玦來朗州 낭주(朗州:영암) 땅 좌천(左遷)시,

朗之去大芚松潭 결(玦)을 받아 오셨을 때 낭주에서 대둔 송암 가기가

即一莽蒼地耳 하루[一莾蒼地] 쯤 걸리는 지역이다

松湖曾孫白君夢參甫 송호 증손자인 백군 몽삼(夢參)이

每來見余 매번 와서 나를 보면

輒爲余道其勝 언제나 나를 위하여 이곳에 가 보려고

亹亹不已 마지않는 노력을 잘 말해주어

余益欲往一觀 나는 더욱 한 번가서 관람하기를 원했던 것인데,

以償所願焉而人事之所推奪 사람의 일로 미루어 이탈되고

造物之所魔戱 조물주인 귀신의 장난으로

有約而不成者 약속 하고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已四載矣 벌써 4년이나 되었다,

未嘗不悵想也 일찍부터 섭섭한 생각이 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今世中夏 금년 5월에

與舍弟昌翕.昌緝 아우 창흡(昌翕)과 창즙(昌緝),

携一二同志 그리고 한 두 동지를 데리고

始往遊焉歷訪 처음으로 가서 유람하게 되었다,

白君於玉川村 이리하여 옥천촌(玉川村) 백군(白君) 등을

要與之偕 차례로 방문하고 같이 가기를 청하자

則白君昆弟 백군의 형제가 기꺼이 따라나서

欣然從之 마침내 그리던

遂至所謂大芚山者 대둔산에 이르게 되었다.

其寺觀之盛 그 사찰의 경관과

水石之好 수석의 아름다움

及其花樹之奇異者 꽃과 나무의 기이함에 이르기 까지

一寓目而盡之 한 눈에 모두 펼쳐졌으며,

已又出大芚 그리고 대둔산을 나와서

而至松潭 송담 위에 이르니

潭之上 못 위에

有亭翼然出乎梅竹橘柚之間一登其上 정자는 날개를 편 듯이 매화. 대.귤. 유자나무 사이에 솟아있고, 일제히 그 위로 오르자

則溪山湖海之勝 계산.호해(溪山.湖海)의 아름다운 경관이

盡在於此矣 모두 여기에 있는 듯 하였다

余於是 나는 이때

與諸君眺望而樂之 제군들과 함께 멀리 바라보고 즐기다가

仍歔欷而語曰 거듭 흐느끼고 말했다,

此皆吾先祖與松湖 “여기가 모두 우리 선조와 송호께서

所公遊之地 함께 노시던 곳이며

而向余之所嘗欲致身 지난 날 내가 일찍부터 직접 답사를

而不得者也 이루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今我家君之南爲 지금 우리 아버지께서 남쪽으로 오신 것은

固非幸也而余能因此 실로 다행한 일은 아니나 나는 이로 인하여

而得躡先祖杖屨之跡 선조님 장구(杖屨;이름난 사람의 자취)의 자취를 밟아 볼 기회를

乃於海山千里之外 곧 해산 천리 밖에서 얻게 되어

始償其平生之願 처음 평생 원하던 것을 보상 받았으니

則豈非不幸中之幸也耶 어찌 불행 중 다행이 아니겠는가?

況先祖之與松湖遊者 더구나 선조와 송호께서 유람 하신지

今已七有八禩矣 이제 78년이 되었으니

其間世道人事之嬗變 그 사이 세도(世道)와 인사(人事)의 변함이

固不翅百端 실로 백 번 뿐만이 아닌데

獨有海山之勝 다만 바다와 산의 아름다움은

宛然如昔日能使 완연히 옛날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었고

兩家子孫又同其遊 두 집안 자손들을 다시 함께 놀게 하셨으며

以續其遺事 그 분들의 남겨진 일을 이어 가게 하셨으니,

則尤豈非難得之會乎 어찌 어려운 모임이 아니겠는가.

嗚呼 아!

吾與白君 나와 백군은

累世之交也 여러 대의 교분관계로

世好之誼 대대로 좋게 지낸 정의(情誼)는

固不待今日之遊 굳이 오늘의 유람을 기다리지 않고도

而已深矣 이미 깊었던 것이다

然兩家子孫 그런데 양가 자손들이

復會於兩家祖先所共遊之地 다시 양가 조선들께서 함께 유람 하시던 곳에 다시 모였으니

其想像追慕之懷有倍於平日 그 분들을 상상하고 추모하는 생각이 평일 보다 배가 되고

則吾與白君 나와 백군이 더욱더

益勉其世好者 대대로 우호를 힘쓰게 됨이

其不由於今日之遊耶 오늘의 유람으로 연유된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是固不可無一語 이는 진실로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없어

聊書此以識之 다만 여기에 글을 써서

仍與舍弟輩 곧 아우들에게 주어

各賦詩數章 각자 시 몇 장을 짓고

而又追步先祖酬唱諸韻 또 선조께서 수창(酬唱)하신 모든 운문(韻文)과 행보(行步)를 따르도록 하니

誠知僭猥之甚 참으로 외람됨이 심한 것은 아오나

而只欲其記一時之迹寓小子之感也 다만 일시적인 느낌으로 부치는 것도 아니요

非敢謂風流文雅之盛 감히 풍류문아(風流文雅)의 성대함을 이르는 것도 아니며,

追先輩之萬一也 선배의 만분의 일이라도 추모하려는 것입니다

安東 金昌集 記夢窩 안동 김창집(金昌集)은 기록 합니다.몽와(夢窩)

                      .역자 : 전 국립중앙도서관 고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