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에서 펼쳐진 천재시인 김삿갓예술제

여름의 끝자락이 아쉬운 듯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9월3일(토)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김삿갓 예술제를 취재하러 양주시 별산대놀이마당을 찾았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언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살았던 방랑시인이다. 그 분이 천재적인 시인이면서 평생동안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살았던 이유가 뭘까? 김삿갓이란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궁금해지는 이야기이다.

김삿갓의 할아버지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때 선천부사(지금의 평안북도 선천 지역의 군수)로 있다가 역적들에게 항복했다는 이유로 집안이 망하게 된다. 강원도 영월에서 숨어살던 어린 김삿갓은 가족의 옛날이야기를 모른 채, 백일장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글을 써서 장원급제한다. 나중에 어머니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은 벼슬을 포기하고 조상을 욕되게 한 사람이니 하늘을 볼 수 없다며 커다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축제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행사가 한창 시작되고 있었다. 양주는 곡창지대가 발달하여 옛날부터 농사가 발달한 곳으로 들노래가 많이 발달한 지역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농사를 지으면서 불렀던 노래 소리가 신명나게 들려왔다. 잠시 후 김삿갓 시 낭송 대회의 시상식이 이어졌다. 장려상 5명, 동상 3명이었으며 은상은 강을봉 선생님이 받으셨고, 금상은 삿갓 복장으로 행사장을 다니시던 방효필 선생님이 수상하셨다. 그리고 대상은 박병무 선생님이 수상하셨는데 박병무 선생님이 시 낭송하실 때는 정말 김삿갓이 살아온 것처럼 목소리가 참 멋졌다. 많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재미있는 것은 부상으로 받는 상품이 바로 삿갓이었다.

곧바로 축하무대가 펼쳐졌는데 전국 민요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신 정경숙 명창의 소리는 참 특별했다. 나는 직접 우리의 소리인 창을 듣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았는데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소리’라고 하는가보다. 이번 김삿갓 예술제는 국악협회와 문인협회, 미술협회, 음악협회의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였다. 국악협회는 김삿갓 팔도유람기를 창으로 불러주었고 음악협회도 성악과 합창으로 아름다운 서양음악을 들려주었다. 문인협회는 시낭송과 시화전시를 해서 참가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데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미술협회에서 진행하는 ‘가훈 써주기’ 행사였다. 우리 집도 가훈이 있지만 나는 솔직히 가훈이 왜 중요한지 몰랐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대에 왜 가훈을 써주시는지 여쭈어 보았다. “오랜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미술협회 서예부분 초대작가이시고 33년의 오랜 경력을 가지신 최양순 선생님께서 즉석 답변을 해주셨다. 짧고 간단하게 대답이었지만 나는 무엇보다 옛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행사장 밖에는 체험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페이스페인팅, 탈 그리기, 손모형 뜨기, 도예체험 등이 있었는데, 도예체험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물병과 작은 항아리, 동그란 접시를 만들어 주고 있어서 다른 곳보다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하는 몇몇 프로그램들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행사장이 너무 어수선했다. 그리고 행사에 관심 없이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또 김삿갓 시인을 너무 방황했던 사람으로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나는 김삿갓이 벼슬 높은 사람들을 조롱하고 힘 약한 사람들에게는 감사하는 시를 남길 정도로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할 일 없이 돌아다니며 술만 마시고 시나 쓰는 그런 사람처럼 김삿갓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것이 김삿갓의 참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별산대놀이마당의 근처에는 전통한식 건물을 짓고 있었다. 양주가 우리의 전통을 되살리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았다. 별산대놀이로 유명한 양주시가 꼭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잘 살리는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정은교 기자 (서울창도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