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이덕일 역사평론가 

 조선시대 공신에 책봉되면 본인과 가족들의 벼슬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막대한 토지와 노비를 부상으로 주었고, 역모가 아닌 한 처벌 받지 않는 특권까지 주었다.

 때로는 별다른 공로가 없음에도 공신에 책봉되는 경우가 있었다.

 윤필상(尹弼商)은 세조 13년(1467)의 이시애 난 진압 후 책봉된 적개(敵愾) 1등 공신에 책봉되었으나 직접 나가 싸운 것이 아니라 도승지로서 왕명을 출납했다는 공로였다.

 그래서 ‘연산군일기’의 사관은 그의 졸기에, “국사를 의논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위의 뜻을 보아 영합하는 말을 하므로 사림(士林)들이 비루하게 여겼다”라고 혹평하고 있다.

 중종반정 직후 책봉된 정국(靖國)공신에는 공이 없이 책봉된 거짓 공신인 위훈(僞勳)들이 많았다.

 4등공신 이곤(李坤)에 대해 사신(史臣)은 ‘반정 때 울면서 애걸하여 공신에 참예해서 사람들이 모두 비루하게 여겼다”라고 적고 있는데, 그에게는 ‘정곡 공신(正哭功臣)’이란 비웃음이 뒤따라 다녔다.

 조광조(趙光祖) 등 사림파는 가짜 공신들을 박탈해야 한다는 위훈삭제 운동을 일으켜 중종 14년(1519) 117명의 정국공신 중 76명의 위훈을 삭제시켰다.

 때로는 나라에 해를 끼치고도 공신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명종 때 수많은 사림(士林)을 죽인 을사사화 주모자 등이 그들인데 정순붕(鄭順朋) 등은 명종 1년(1546) 위사(衛社)공신에 책봉되었다가 선조 10년(1577) 공신 작위가 박탈되었다.

 별 공이 없이 공신이 되는 것을 ‘양(羊)의 위(胃)를 익히는 자(爛羊胃·난양위)가 고위 무관인 기도위(騎都尉)가 되었다’고 풍자한다.

 ‘후한서(後漢書)’ 유현(劉玄) 열전에 요리사까지 관작(官爵)을 받았다는 기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같은 기록에는 ‘부뚜막 아래에서 중랑장(中郞將)을 기른다’는 구절도 나온다.

 언론탄압의 주역과 ‘황우석 사태’와 부동산 파동의 관련자들까지 서훈한다는 소식이다.

 ‘작상(爵賞)은 국가의 공기(公器)’라는 원칙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국민들의 공분(公憤)에 맞서 마지막까지 나눠먹기로 일관하니 조광조라도 다시 나타나길 기다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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