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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08 23:48

[59편]양어머니를 따라가는 학균은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지만.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429  

한낮이 겨워서야 점심 밥상이 들어 왔다.

학균이는 자고 있는 익균이를 들여다보다가 밥상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밥상 앞으로 다가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난생 처음 먼 길을 걸었고 끼니때가 지난 터라 배도 고팠다.

학균이가 차려온 밥상을 둘러보는 사이 창원 황 씨는 하얀 쌀밥이 담긴 밥그릇을 학균의 앞에 놓으며,
“이건 학균이 밥이란다. 배가 고플 텐데 어서먹으렴.”
“으아, 이밥이다!”
학균이는 흰 쌀밥에 비명을 지르고 숟가락을 들고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입으로 퍼 넣었다.

배불리 먹지 못했던 그 시대는 쌀 한 알도 들지 않은 보리, 감자, 조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고, 흉년이 들거나 춘궁기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잇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대의 흰 쌀밥의 진미란 훗날의 맛있는 과자나 달콤한 초콜릿이라도 이에 비기랴.
“학균아? 이제부터 이 어미가 이밥을 많이 지어줄게.”
학균이의 양어머니가 될 창원 황 씨의 말이었다.

학균이는 낳아 준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양어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밥도 다음날 아침밥도 학균이의 밥그릇엔 흰 쌀밥이 있었다.

다음 날 조반을 먹고 나서 학균이와 이별의 시간을 맞았다.

창원 황 씨는 간단한 이사꾸러미를 뜰 위에 놓으며 마당에 나와 있는 병연과 장수 황 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방님과 동서 고마워요. 이제 대를 이을 아들이 있으니 앞으로 희망을 가지고 학균이와 함께 잘 살아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형수님. 모든 일 잊으시고 편히사십시오.”
며칠 전 사망한 형님의 일로 모든 슬픔 잊고 지내라는 인사였다.
“고마워 동서. 앞으로 짬을 내서 학균이랑 다니러 올게. 그리고 서방님 안녕히 계세요.”
창원 황 씨는 인사말을 끝내고 학균에게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떠나자고 한다.

이에 학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님, 어머님, 기체만안 하옵소서.”
“오냐 학균아, 어머니 말씀 잘 듣고 건강히 자라야 한다.”
학균이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학균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양어머니를 따라가서 흰쌀밥을 배불리 먹고 때 되면 다시 친부모에게 돌아오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균이는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문득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의 옷소매가 눈가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이!…….”
학균이가 목메어 부르는 소리에 장수 황 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어여… 가거라…….”
어머니의 목소리도 목메어 왔다.
학균이는 양어머니를 따라가다가 대여섯 발자국마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돌아볼 때마다 어머니의 옷소매가 눈가에 올라 있었다.

병연은 형수인 창원 황 씨를 따라 가는 학균이와 곁에서 흐느끼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도 모르게 눈물이 양 볼로 주르르 흘러 내렸다.

이는 18년 전, 자신도 학균이 나이 때의 일들이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홍경래 난으로 인하여 김병연 일가에 멸족이란 엄명이 떨어졌을 때 관군이 들이 닥치기 전인 꼭두새벽에 곡산에 있는 종복의 집으로 피신하려고 김성수를 따라 자신을 낳아 준 양주의 본가에서 부모님과 헤어질 때 병연은 어둠 속에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인 함평 이 씨의 옷소매가 눈가에 올라가 있는 것을 어둠 속에서 똑똑히 보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