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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08 07:21

[62편]붉은 꽃잎이 떨어지자 즉석에서 서정적인 시구를 써내려간 병연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432  

병연이 금강산으로 떠나기 전날이었다.

밤새 가랑비가 내렸고 온갖 산천에 만개했던 철쭉꽃들이 빗물에 못 이겨 땅에 떨어져 붉게 물들였다.

그는 며칠간 그가 사는 주변에서 가볼만한 곳을 다녔고, 마지막 날 평창 읍내에 있는 노성산(魯城山)으로 발길을 옮겼다.

노성산은 평창읍내 북쪽에 있고 이 고을의 진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노산성(魯山城)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돌로 쌓았는데 둘레가 1천3백64척, 높이가 4척이다.

안에 한 우물이 있고 지금은 반은 퇴락(頹落)하였다’로 기록되어 있다.

노산성은 이곳 평창강이 굴곡 하는 곳에 우뚝 솟은 노성산에 쌓았는데 삼면이 강으로 둘러 쌓여 있고 북쪽은 절벽에다 매우 가파른 곳이어서 천혜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성안에는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들이 보인다.

이 성은 통일신라시대 때 쌓은 성으로 추정되며, 이곳 전투에서 지사함 장군이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병연은 성안을 둘러보는데 무너진 성터 위에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가 걸터앉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짓더니 병연을 보고 말을 건넨다.
“젊은이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왔소.”
“네, 천동리에서 왔습니다.”
“샘 골? 임진왜란 때 천동리에서 태어나신 지사함 장군이 이곳에서 싸우시다 전사한 곳이라오.”
“네,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천동리에서 살고 있다면 지 씨 성이겠구먼.”
으레 샘 골 마을은 지 씨들이 살고 있으니까 지레짐작으로 물어본 것이다.
“아닙니다. 저는 김가이옵니다.”
“그런가, 세월이 많이 흘렀군.”
예전에는 샘 골에 지 씨들만이 살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타성이 들어와 살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노인은 붉은 꽃잎이 떨어져 성벽 벼랑으로 떨어진 것을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성 밖으로 걸어 나간다.

가는 세월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병연은 혼자 성터를 걸으며 조선 초기의 뛰어난 문장가이며 여러 벼슬을 거쳐 좌찬성을 지낸 강희맹(姜希孟)이 이곳에서 쓴 시의 끝 구절을 더듬었다.
‘백 가지 시름을 노성(魯城)의 봄에 흩어 버리니, 술 마시며 높은 소리로 담소하여 즐겨 하노라.’
그는 성터에 앉아 종이와 붓을 꺼내들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먹통에서 먹물을 찍고는 즉석에서 시를 써 내려갔다.

시제는 낙화음(落花吟)이었다.

曉起驚滿山紅
開落都歸細雨中
無端作意移石
不忍辭枝倒上風
鵑月靑山啼忽罷
泥香逕蹴全空
繁華一度春如夢
坐嘆城南白頭翁

새벽에 일어나니 온 산이 낙화로 붉게 물들었고
꽃이 피고 지는 것이 가랑비의 탓이로구나.
무단한 뜻을 지니고 꽃잎은 바위에도 옮겨 붙고
떨어지기 아쉬운 듯 바람 따라 위로 솟구치네.
두견새는 푸른 산 달빛 아래 홀연히 울음을 그치고
제비는 떨어지는 꽃향기를 차며 창공을 날도다.
번화한 봄 한 때의 영화는 꿈과 같은 것이고
성곽에 걸터앉은 백발노인 가는 세월 탄식하네.

아무튼 즉석에서의 멋진 서정적인 시구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떠한 시를 쓰든 그는 인간이 지향하는 시인임에는 틀림없었다.


김충의(한) 13-01-11 10:51
답변 삭제  
관동 사무국장님!!!
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의 행복과  하시는 모든일, 소원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란고 - 김삿갓 우리 선조님의  금강산 여행 글 잘 봤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