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주년 3.1절을 맞아 재직중인 후배들과 설악산 나드리를 떠났다. 삼일절 연휴로 동해로 가는 길은 초만원이었다. 경춘고속도로를 들어서려니까 차가 밀려 국도로 가기 위해 차선을 바꾸었으나 미사리부터 거북이 걸음으로 간신히 팔당땜으로 돌아 갔다. 언제 가설하였는지 팔당땜의 보강용 아취가 광광을 겸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팔당호를 끼고 돌아가는 길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산 69-5에 있는 조선조 초의 명대신으로 서성부원군(西城府院君)이며 인수대비(仁粹大妃)의 친정아버지인 한확(韓確)의 묘를 찾았다. 공의 자는 자유(子柔), 호는 간이재(簡易齋). 방신(方信)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영(寧)이고, 아버지는 지순창군사(知淳昌郡事) 영정(永矴)이며, 어머니는 의성인으로 참판승추부사(參判承樞府事) 증우의정 김영렬(金英烈)의 딸이다. 덕종의 비(妃) 인수왕후(仁粹王后)의 아버지로, 성종의 외할아버지이다. 15살때 누나가 명나라 성조(成祖)의 후궁으로 선발되어 진헌부사(進獻副使)로 중국으로 가게 되었으며 누나가 일약 여비(麗妃)로 책봉되는 경사가 나니 명나라의 벼슬인 광록시소경(光祿寺少卿)에 제수되는 영예를 입었다. 후에 성조가 1424년 북정(北征)중에 죽게되니 여비(麗妃)도 따라서 자결하였다. 이에 감동한 명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 보게 되었고 누이동생을 선종(宣宗)의 후궁으로 간선하여 선위사(宣慰使)로 다시 파견하는 일을 맡게 되니 당시로써는 최고의 외교관이요 정치가의 반열에 들었던 것이다. 후에 수양대군의 회유로 따님을 며누리로 사돈지간이 되어 계유정난이 일어나 피의 숙청이 있은 후 정난일등공신에 서성부원군으로 봉해졌다. 1456년 사은 겸 주청사로 명나라에 가서 세조의 왕위찬탈을 양위라고 설득하는 공을 세웠다. 외손자 성종이 즉위하고 인수대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니 그 때 신도비(神道碑)가 내려졌는데 당시의 문장가이며 후에 연산군을 충동하여 역사상 간신으로치적된 임사홍(任士洪)이 비문을 지었다. 신도비 위의 문양도 일반인은 십장생을 새기는데 이 신도비는 제왕들만 쓰는 용문양이 새겨 있음은 물론이요 비석의 크기가 대형으로 특이한 일이라 생각되었는데 이는 명나라 조정의 벼슬인 경(卿)은 제후로 왕의 반열에 해당되는 벼슬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사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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