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9.(금요일)

구마모토(熊本)에 있는 세키아호텔 310호에 여장을 풀고 일본식 바자마에 목욕복으로 갈아 입으니 마치 사무라이가 된 듯한 기분으로 우리의 잠옷과는 달라 이국적이었으며 학창시절 유도복을 입고 도장에서 낙법을 연마하던 기분이 들었다.

호텔 베란다 밖으로 걸린 둥근달 아래 벚꽃이 만발한 야경을 보노라니 남국의 봄을 한 몸에 받는 정취가 너무나 도도하여 잠을 설치게 하였다.

6시에 기상하여 어제 밤에 했던 목욕을 아침에 다시 하니 그 동안의 여독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호텔식으로 조반을 들고 호텔을 나와 동양의 베니스라는 야나가와 천변에 있는 뱃놀이 뱃터에 도착하였다.

삿대를 잡은 사공들을 보니 남국의 멋이 깃든 모자에 유미폼이 인상적이었고 한배에 약 20명가량 탈 수 있는 작은 보트이었다.

사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올라온 75세인 사공이 삿대를 잡고 출발하였다.

개천의 폭이 약 20메터도 안되는 수폭으로 양쪽 개천변에 펼처진 집들과 이름 모를 꽃들이 눈에 읶은 꽃들과 뒤섞여 감흥을 돋구고 있었다.

머리가 부디 칠 것 같은 얕은 다리를 통과할 때는 고개를 바짝 숙여야 했고, 경치가 좋은 곳을 지나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일어나 사진을 찍게 하였다.

신명 좋은 사장 사공이 일본노래와 우리나라 노래로 남행열차를 목청좋게 부를 때는 모두가 손벽 박자를 치며 장단을 맞추었다.

답가로 옛날 총각시절 목포에 있을 때 하숙집 아저씨가 한잔을 하시면 십팔번으로 부르시던 제목도 모르는 일본곡의 번안곡을 왈스풍으로 답가를 불러 노 사공의 호의에 답하였다.

‘꽃이 핍니다/ 열아홉살 가슴에 꽃이 핍니다/ 그립고 안타까운 한송이꽃을/ 당신께 드리오니 받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