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할키고 간 서해안은 다시 밀려오는 덴바의 예보에 시름을 놓을 날이 없다.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부터 덴바가 올라오니 여주에 있는 임사홍의 묘소를 찾아 보자고....
중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영동고속도로를 시원히 주파하여 여주 톨케터를 나가 명성황후 사가의 담을 끼고 돌아 가니 조선왕릉의 무인석 보다 더 큰 무인석이 잡초속에 버티고 서 있었다.
연산군시절에 천하를 주물렀던 임사홍의 아버지인 임원준(1423 ~ 1500)의 묘라고 안내판이 있어 산길을 타고 돌아가니 태풍에 밤나무가 부러져 갈길을 막고 있었다.
임원준(任元俊)은 풍천임씨의 중시조로 10세때 글을 지어 신동으로 일찌기 천재성을 드러났었다. 과거에 다섯번 급재한 임원준은 당시의 최고 문장가로 세종이 아낀 인재로 일찌기 사가독서를 한 서예가 이기도 하였다. 서하군(西河君)에 봉해진 임원준은 문장으로 이름이 났고, 풍수ㆍ의복(醫卜)에도 능통하였다. 그러나 성품이 교활하고 탐사(貪邪 : 탐용스럽고 사악함)하며, 그의 아들 사홍(士洪), 손자 숭재(崇載)도 탐욕스럽고 간사하여 나라를 그르치게까지 되어 당시 사람들이 대임(大任)ㆍ소임(小任)이라고 하였다. 3대에 걸친 간신들로 오늘날 후손들에게 부끄러움의 표본이 되고 있다.
시호는 호문(胡文)으로 연산군 6년에 타계한 임원준은 당시의 세도가인 아들의 지나친 효성에 무인석과 묘장이 그리 컸으며 용맥의 흐름이 제왕지지(帝王之地)의 혈에 장묘는 했으나 너무 혈터가 쎈 곳이기에 역사가 돌아 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처갔다.
특히 제왕에게만 세웠던 무인석을 감히 신하인 신분을 어기고 세운 안하무인격의 처신은 사후의 역사에 준엄한 심판을 모르고 행동한 몰지각의 표상이라 할 것이다. 사후에 추살(椎殺)을 당하는 피화를 당하였으니 역사의 준엄함에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었다.
임원준의 묘 왼편 내청룡에 아버지인 임견(任肩)의 묘가 있고 오른편 내백호에는 지금은 남의 땅(창령조씨)이 된것 같은 혈지에 상하분으로 아들인 임사홍의 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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