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금요일)
한 낮의 수은주가 33도를 넘어서는 불볕더위로 어디를 가던 푹푹 찌고 있는 요즘이다.
낮에 더위를 피해 여의도 빌딩에 있는 친구의 사무실에서 피서겸 논어(論語) 숙제를 마치고 저녁때에 집에 들르니 구리에 있는 큰애네 손자들이 여름 방학을 기하여 놀러 오고 있다고 하면서 처음 틀어 보는 에어켄으로 냉방을 하고 있는 집사람을 보며 서방보다 어려운 게 손자이구나 하는 생각에 실소(失笑)가 나왔다.
일찍 저녁을 먹고 손자들을 데리고 여의도 공원에 나아갔다.
여의도 공원에서 영화를 한다고 홍보용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신길역 건늘목에서 본 기억이 있어 찾아 갔더니 여의도 공원은 조용하고 광장에는 다른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고 운동과 그룹 춤 연습을 하는 청소년들만 눈에 들러 왔다.
해가 석양에 걸치는 것을 보고 큰손자는 발이 아프다고 하여 작은손자만 데리고 한강가의 정경을 살피기 위하여 자리를 이동하였다.
여의도 공원은 약 7만평의 모래밭을 일구어 1968년 축조를 하여 1972년 5.16 광장으로 우리의 시선에서 등장하여 국가의 행사가 있으면 전국민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모임의 광장이었다.
1997년 여의도 광장을 시민의 공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1999년 1월 지금의 공원으로 탈바꿈을 하였는데 당시 일부 몰지각한 모리배들은 광장이 없어지고 공원이 되면 불량 청소년들이 모이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여론몰이 반대 시위를 하던 아파트부녀회의 행위에 회의를 느꼈던 기억이 되살라 났다.
지금은 숲이 울창하고 사시사철 꽃이 만발하여 삭막한 도심의 정서를 푸근한 어머니의 가슴으로 보듬어 주는 소중한 장소로 바뀌어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일등 공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끼고 펼쳐지는 여의도의 야경은 한마디로 지상의 천국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한강을 끌어 드려 물놀이에 정신없는 꼬마들과 수상무대에서 펼치는 가요콘서트가 있고 마포교 다리 밑에선 다리밑 영화제가 열리고 있었으며 원효교 다리 밑에서는 펼치는 일인 극장의 연극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어 한여름 밤의 더위를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의 야경과 강가에서 야영과 함께 소풍 나온 꼬마들의 불꽃놀이는 마치 외국에서나 보았던 그런 정경이었다.
황소 같은 작은 손자가 다리가 아프다며 쉬기를 청하여 중간 중간 쉬면서 집에 들어오니 밤 열시가 거의 된 시각으로 손자 다섯 중에 여의도를 일주한 셋째 손자가 대견해 든든한 마음에 고단함이 잠으로 이어져 더위를 모르게 꿈나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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