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3.(일요일)
전날 여의도공원에서 손자들의 물놀이를 지켜주고 염천의 한낮을 피해 집으로 와 하기방학을 보내고 아침 일찍 큰며느리가 미리 예약한 한국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 집사람과 셋째 며느리 그리고 큰손자만 데리고 영등포 롯데 씨네마로 차를 몰았다.
조조(早朝)이지만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 차 명량의 인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2011년 8월 인조 14년(1636)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최종병기 활”을 감독하여 일약 명장이 된 김한민 감독의 작품이다. 평소에 이순신 장군은 미남 스타가 맡았던 것을 액션물의 연기로 명성이 난 최민식이 충무공으로 분(粉)하고 임진난 때 충무공에게 죽은 동생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 선조 30년(1597) 9월 정유재란에 명량해전으로 참가한 일본 해적의 오야붕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通總) 역에 연기파 배우인 류승룡이 맡아 더욱 실감이 나는 작품이었다.
명량이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반도(花源半島)와 진도(珍島)의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울돌목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바다가 울고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1973년 필자가 강진에 근무할 때 이곳에서 섬이었던 진도로 육전(陸電 = 육지의 전기를 섬으로 송전하는 것)을 시공하면서 전국 각사업소의 대표에게 출장명령을 내어 최초로 배를 이용하여 가선(架線=전선을 가설하는 것)하는 장면을 견학하기 위하여 갔었는데 그 때의 울둘목의 위용은 대단하였다.
바로 2~3m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을 정도로 바다의 울음소리가 세어 무전기로 대화를 해야 할 정도로 물소리가 컸는데 저것이 바다가 우는 소리구나 하였던 기억이 났다.
달랑 13척의 배로 20배의 왜선들과 마주친 장군의 지략은 싸움에서 지형지물의 이용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거기에 앞서 공포에 쌓였던 병사들에게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지론과 함께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 라고 장군의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아드님인 이회에게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으면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다”고 토로하던 장군의 고뇌를 읽을 수가 있었다.
끝 장면으로 명량해전에서 대첩을 이룬 선실안의 수병과 사력을 다해 노를 젖던 백성들의 한마디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 한 것을 알아줄까?”하고 넉두리 하는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무리 위기에 처해 있어도 침착하게 대중을 설득하고 솔선수범하면 어떠한 난제도 해결하며 백절불굴의 의지로 현세를 타파할 지도자를 그리는 요즘에 편승하여 4일 만에 관객 500만을 돌파한 국민들의 염원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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