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5.(금요일)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배란다로 나가니 해수욕장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함께 그리도 기다리던 감미로운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기름보일러를 너무 심하게 돌려서 모두들 방 온도가 높아 땀을 흘리며 잠자리가 어려웠으나 아침에 기상을 하니 열병에 땀을 빼고 난 것 같이 가뿐한 것이 기분이 매우 상쾌하고 몸이 가지런하였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매운탕에 햅반과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간단한 차비를 갖추어 숙소에서 나와 팔금도 읍동 선착장으로 가서 비금도행 연락선에 승선하였다.
남도의 다도해 군도(群島)가 2년 전에 북유럽을 여행할 때 노르웨이의 피어리드 관광을 할 때와 같은 풍경으로 온통 사방이 산으로 둘려 쌓여진 해로를 따라 지나가는 풍경이 새삼스러이 우리나라 강산의 아름다움에 전율을 느끼게 하였다.
2층의 선실 밖에서 전경을 감상하다 보니 아침에 내리던 비가 가랑비로 변하여 선실 안으로 들어가 잠시 누워 있는데 작가인 우식이 친구가 나이 들은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네어 여담을 하던 중 비금 도초에 간다고 하면서 매운탕을 잘하는 식당을 천거해 달라고 하니 도초항에 보광식당으로 가라고 거침없이 소개해 주었다.
비금항에서 하선하여 매표소 앞에 있는 염전의 “수차를 돌리는 사람”이라는 조각상을 감상하고 앞에 있는 여행안내도를 살펴 보니 바둑의 천재 이세돌 생가의 마을 뒤에 있는 성치산 성지가 있어 우선 그곳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출발하였다.
섬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염전과 논이 많은 비금도였다.
성치산성은 고려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으로 성축의 높이는 12m 정도의 곳이 제일 높은 곳이었다.
˝내외국 사신이 왕래할 때 성치산성에서 신호를 보냈고, 국가비상시 연락망이었다.˝ 라고 하며 성치산성은 봉수대를 겸한 성터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해발 220m의 바위산에 서북쪽은 급경사의 능선이 해안까지 이어져 있고, 남서쪽은 용소와 광대리가 위치하여 있어 논이 많았던 섬의 수호를 위해 필히 갖어야 할 산성으로 당시에는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을 산성이었다.
특히 왜적들의 분탕질을 매년 격어야 했을 섬사람들의 피난처로 마을의 돌담이 또한 예사롭지 않게 가슴에 닿아 애잔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것 같았다.
돌로 옛날 이곳이 성지였다는 표식판 하나가 이곳의 전부를 말해주는 초라한 관광의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 왔다.
성지를 지나 제법 큰 저수지가 눈에 들어와 찾아가 보니 저수지 옆까지만 길이 나있고 도중에 길이 막히어서 아스라한 비좁은 길을 운전면허 시험 보는 기분으로 아주 힘들게 되돌아 나왔다.
연꽃지를 지나 이세돌생가를 찾았으나 누구하나 길을 물어 볼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 가다가 새로 지은 큰 학교가 있는데 바둑판이 조영물로 표식 되어 있어 이곳이 이세돌 바둑학교구나 하고 차를 학교 운동장에 주차하고 기념관을 찾아 들어갔다.
군에서 파견을 나와 학교를 관리하는 관리인이 자상하게 학교의 모두를 홍보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인형으로 만든 이세돌군과 대작하는 사진을 돌려가며 촬영을 하고 학교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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