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인칠단 (毁人七端)

 남을 베고 찌르는 말이 난무한다.

 각지고 살벌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언어의 품위가 어쩌다 이렇게 땅에 떨어졌나 싶다.

 '칠극(七克)' 권 6의 '남을 해치는 말을 경계함(戒讒言)' 조를 읽어 본다.

 "毀人有七端(훼인유칠단)  남을 헐뜯는 데 일곱 가지 단서가 있다.

  無故而露人陰惡一(무고이로인음오일)  까닭 없이 남의 가려진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 첫째다.

  喜聞二( 희문이)  듣기 좋아하는 것이 둘째다.

  無故而傳(무고이전)  까닭 없이 전하고,

  傳而增益三(전이증익삼)  전하면서 부풀리는 것이 셋째다.

  誑証四(광정사)  거짓으로 증거 대는 것이 넷째다.

  不許陰善五(부허음선오)  몰래 한 선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다섯째다.

  消明善六( 소명선륙)  드러난 선행을 깎아 없애는 것이 여섯째다.

  以善爲惡七(이선위악칠)  선을 악이라 하는 것이 일곱째다.

  其害俱等(기해구등)  그 해로움은 모두 같다."

 남을 비방하려고 잘못을 부풀리고, 과장해서 보태며, 거짓으로 증거 대고, 좋은 점을 깎아내려, 사실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한다.

 한번 이 덫에 걸리면 헤어날 길이 없다.

 귀 기울일 만한 짤막한 잠언 몇 구절.

 "造毁者如豕(조훼자여시)  비방을 지어내는 사람은 돼지와 같다.

  置足焉卽置口矣( 치족언즉치구矣)  발을 두어야 할 곳에 입을 두기 때문이다."

 "毀人者如蛇(훼인자여사)  남을 헐뜯는 사람은 뱀과 같다.

  面之畏而避(면지외이피)  마주 보면 두려워 피하면서,

  背之進而噬(배지진이서)  돌아서면 나아가 문다.

  蛇曲行(사곡행)  뱀은 구불구불 간다.

  毀人者亦然(훼인자역연)  남을 비방하는 사람도 한가지다.

  始作好言(시작호언)  처음엔 좋은 말을 하면서

  掩其妬志(엄기투지)  질투하는 마음을 가려

  以取人信(이취인신)  남의 신뢰를 얻고,

  訖加惡毀(흘가악훼)  나중에는 못된 훼방을 더해

  汚人善聞(오인선문)  남의 선한 소문을 더럽힌다."

  "毀人者虐於毒蛇(훼인자학어독사)  남을 헐뜯는 사람은 독사보다 해롭다.

  蛇一齕(사일흘)  뱀이 한번 깨물면

  傷一人( 상일인)  한 사람이 다치지만,

  毀者一言( 훼자일언)  헐뜯는 자는 한마디 말로

  傷三人( 상삼인)  세 사람을 다치게 한다.

  己一(기일) 자기 자신이 하나,

  聞者一(문자일)  듣는 자가 하나,

  受毀者一(수훼자일)  헐뜯음을 당하는 자가 하나 다."

 "造毁者(조훼자)  비방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掩人之顯德(엄인지현덕)  남의 드러난 덕을 가려

  使人疑之(사인의지)  남이 의심하게 만들어서

  不復慕之(불복모지)  다시는 그를 사모하지 못하게 한다.

  計人之隱匿(계인지은닉)  남이 감춰둔 것을 가늠해

  令人見之(령인견지)  다른 사람이 보게끔 하고

  又惑以從之(우혹이종지)  또 미혹시켜 이를 따르게 한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