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眠島, 눈 목(目)을 떼라

 주역의 대가였던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 선생.

 내가 보기에 현실 세계에서 주역의 점괘를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적 전환기에도 주역의 괘를 활용하여 위기를 현명하게 넘겼다.

 그 한 사례이다.

 6·25가 터지기 몇 달 전인 1950년 3월에 주역의 괘를 뽑아보니 6번째인 천수송(天水訟) 괘가 나왔다.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물이 있는 형국이다.

 야산이 이 괘에서 주목한 대목은 '불극송(不克訟)이니 귀이포(歸而逋)하여, 기읍인(其邑人)이 삼백호(三百戶)면 무생(無眚)하리라'는 내용이었다.

 '송사가 발생하면 이기지 못하니 돌아가 도망하여야 한다.

  그 읍의 사람이 300가구이면 재앙이 없다'는 뜻이다.

 국가적 차원의 송사(訟事)가 무엇이란 말인가?

 난리였다.

 야산은 그를 따르던 제자들을 급하게 소집하였다.

 "너희 지금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을 다 정리하거라.

  10만원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전부 나에게 바쳐라!"

 핵심 제자 10명이 가지고 있던 전답과 집을 모두 팔아서 야산에게 넘겼다.

 6·25가 터졌다.

 인민군이 충남 서산·홍성에 진입하기 하루 전날에 야산과 그 추종자들은 아산 포구에 집결하였다.

 배를 타고 충남 서해안의 안면도(安眠島)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당시 안면도는 배를 타고 가야만 하였다.

 '대도인'이라고 소문났던 야산을 따라가기 위해 아산 포구에 집결했던 인원은 300가구 정도였다고 한다.

 야산 제자들의 소문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동참했기 때문에 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야산은 이 사람들에게도 되는 대로 돈을 걷었다.

 상당한 인원이 야산을 따라서 안면도에 들어갔다.

 안면도에는 야산이 미리 수금했던 돈으로 마련해 놓은 집도 있었고, 곡식도 있었다.

 쌀이 부족하니까 보리를 많이 비축해 놓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추종자들로부터 걷은 돈으로 곡식을 사서 안면도 주변의 서산·광천 등지의 사람들에게 공짜로 곡식을 많이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당시 '주역패'로 불렸던 야산 일행은 안면도에서 희생자 없이 6·25를 무사히 넘겼다.

 야산은 안면도로 가는 배를 타고 가 던 도중에

 '안면도는 눈 목(目) 자를 떼어야 한다.

  앞으로 크게 발전할 장소가 된다'고 예언하였다.

 면(眠)에서 눈 목(目)을 떼면 '안민도(安民島)'가 된다.

 섬이 잠(眠)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번에 바닷속 7㎞의 보령해저터널이 완성되었다.

 90분 거리를 10분으로 단축한다고 한다.

 안면도는 서해안 관광의 요지가 되었다.

 눈 목 자를 떼는 상황이 왔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