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 대한 생각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중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돼지고기를 아주 좋아한다.

 집 '가(家)' 자를 보더라도 갓머리 밑에 돼지 '시(豕)' 자가 들어 있다.

 고대에는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다는 근거이다.

 중국 남쪽의 소수민족 주택에 가보면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아래층에는 돼지 키우고 2층에는 사람이 산다.

 2층에 살면 습기도 차단되고 동물들의 습격으로부터도 안전하다.

 단 뱀이 문제이다.

 뱀은 기둥을 타고 2층으로 올라올 수 있다.

 돼지를 키우면 이 뱀을 잡을 수 있다.

 돼지는 뱀을 힘들이지 않고 잡아먹는다.

 돼지는 지방층이 두꺼워서 뱀이 물어도 안전하다.

 뱀의 천적이 돼지인 것이다.

 돼지는 또한 인간이 먹다 남은 온갖 음식물 찌꺼기를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잡식성이다.

 심지어 인간의 똥도 잘 먹는다.

 사람의 똥을 먹이로 잘 먹는 가축은 돼지뿐이다.

 이런 점이 인간에게 친숙함을 주었다고 본다.

 돼지고기는 풍요로운 맛을 선사한다.

 돼지가 주는 풍요로운 맛의 기억이 수천년 동안 동아시아 문화권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었다.

 돼지는 영양분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지 않던가!

 돼지는 재물이 들어오는 좋은 꿈으로 해석된다.

 중국 돼지 요리의 최고봉은 내가 보기에 '동파육'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풍요로운 식감, 그리고 포만감을 준다.

 필자는 동파육에다 고량주 한잔하고 나면 원고 쓰고 나서 방전된 에너지를 바로 보충할 수 있다.

 중국 민초들이 왕조와 정권 바뀔 때마다 그 고생을 하면서도 세상 고초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이 돼지고기였다고 생각한다.

 열두 띠에서 돼지는 해(亥)로 표시된다.

 해(亥)는 물을 상징하고 장수(壽)를 상징한다.

 팔자에 물이 있어야 인내심도 있고, 자기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지략을 가질 수 있다.

 사업, 정치하는 사람들의 팔자에는 대체적으로 물이 많다.

 참고로 신문 칼럼 쓰는 사람은 불(火)이 많다.

 팔자에 물이 많으면 정 력도 세다고 본다.

 정력도 에너지이고 물에 해당한다.

 물이 고갈되면 정력도 고갈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가 금기이다.

 돼지는 더위를 못 견딘다.

 온도가 올라가면 자기 오줌에 몸을 비벼서 더위를 식힌다.

 온도가 높은 중동에서 돼지를 키우게 되면 돼지우리는 전염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이래서 돼지고기를 못 먹게 한 것이라고 문화인류학자들은 주장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