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ntact Us
    사랑방
    생활자료실
    한자 교실
    시 공부방
    역사정보교실
방문자
799
1,392
3,628
925,091
 
>> > 좋은 글방 > 한자 교실
 
작성일 : 19-05-10 19:50

무연설설 (無然泄泄)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178  

   무연설설 (無然泄泄)

 

 1689년 12월은 기상 재변이 잇따랐다.

 흰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다.

 섣달인데도 봄 날씨가 이어졌다.

 천관서(天官書)에 따르면 이는 병란이 일어나거나 간신이 임금을 덮어 가리는 불길한 조짐이었다.

 봄 같은 겨울은 임금이 살피는 것이 분명치 않아 나라의 기강이 풀어져 느슨해진 것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경'에 나온다.

 잇단 재변에 불안해진 숙종이 신하들에게 직접 글을 내려 직언(直言)을 청했다.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 '사직겸진소회소(辭職兼陳所懷疏)'를 올려 말했다.

 "아!

  변괴는 그저 생기지 않고, 반드시 인사(人事)에 감응하는 것입니다.

  삼가 신이 보건대, 전하께서는 지려(智慮)는 우뚝하시나 결단은 부족하신 듯하고, 영명(英明)하심은 특출하신데 식견과 도량은 조금 미치지 못하십니다.

  마음에 간직하고 말로 펴시는 바가 가끔 사사로움에 치우치고 얽매이심이 있습니다."

 거침없는 쓴소리로 말문을 연 뒤 그는 죄가 있으면 벌을 받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으며, 재주가 있으면 쓰는 것이 마땅한데도 밑에서 일을 고하면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해보고 처결하겠다'고만 하면서 끝내 세월만 끌면서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으시니,


 '天之方蹶(천지방궐)  하늘이 나라를 장차 쓰러뜨리려 하니,

  無然泄泄(무연설설)  그렇게 답답하게 하지 말라'


 고 한 시경 '판(板)'의 구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설설(泄泄)은 답답(沓沓)과 같은 뜻이다.

 나라가 엎어질 지경인데 답답하게 고식적(姑息的)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그는 또 나라의 흥폐가 임금이 마음을 한번 돌리는 사이에 달려 있다고 했다.

 기강을 세워 어진 이를 쓰면 전적으로 맡기고, 부족한 사람을 내칠 때는 서둘러 하여 그 과정에 간사한 기운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은

 "온 나라가 전하께 바라는 바는 고식적인 어짊(姑息之仁)과 구차한 정치(苟且之治)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로 맺었다.

 제스처만의 구언(求言)이나 고집불통의 정치 말고, 하늘의 경고에 답하고 신민(臣民)의 바람을 위로해 주기를 청했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이름 패스워드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비밀글
 
 

Total 2,52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25 장달수 할머니의 일생 김관동 06-18 329
2324 식졸무망 (識拙無妄) 김관동 06-18 178
2323 주옹반낭 (酒甕飯囊) 김관동 06-17 195
2322 심동신피 (心動神疲) 김관동 05-30 357
2321 양탕지비 (揚湯止沸) 김관동 05-23 252
2320 사대사병 (四大四病) 김관동 05-23 292
2319 당진의 함덕당 김관동 05-23 317
2318 답사기와 방랑기 김관동 05-23 327
2317 무연설설 (無然泄泄) 김관동 05-10 179
2316 돼지에 대한 생각 김관동 05-10 321
2315 흉종극말 (凶終隙末) 김관동 05-06 281
2314 남양주 수종사의 풍광 김관동 05-01 394
2313 모란공작 (牡丹孔雀) 김관동 04-30 190
2312 울진 성류굴에서 나온 신라 글자 (窟神受法) 김관동 04-30 187
2311 漢文 工夫(737회) 김병린 04-27 177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