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제비
제비는 9월 9일 중양절에 강남으로 떠났다가 이듬해 3월 3일 삼짇날 돌아온다.
어느 일본 학자가 1931년부터 6년 동안 6014마리의 제비에 표지를 달아 귀소성(歸巢性)을 실험한 일이 있다.
돌아온 제비는 412마리였다.
그런데 다 자라 떠났던 제비는 무려 47.1%나 원래 제 살던 둥지를 찾았다.
짝과 함께 둥지를 찾은 경우도 여럿이었다.
이처럼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 떠났다 돌아오는 데다 옛 둥지를 찾는 신의까지 더해 제비는 예부터 길조(吉鳥)로 유달리 사랑을 받아왔다.
"주인의 초가집 구석집도 마다 않고/
해마다 봄만 되면 옛 둥지 찾아오네/
인간 세상 명리 좇아 헤매는 자들아/
사람으로 저 새만도 못함을 비웃노라"
(김익 '제비 돌아오다').
더구나 제비는 곡식 낟알은 먹지 않고 농사에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어 사람들은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는 것을 반겼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자손이 번성할 징조라고 했다.
하고많은 새가 있지만 인간과 같은 지붕을 쓰는 새는 제비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그가 중국인을 만나
"조선의 제비는 논어도 읽을 줄 안다"
고 자랑하는 얘기가 나온다.
논어 '위정' 편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
라는 구절이 제비가 '지지배배' 우는 소리와 흡사한 것을 빗댄 우스개다
(정민·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제비는 그만큼 우리네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제비는 농촌이나 도시 근교에서 흔히 보는 여름 철새였으나 언제부턴가 그 미끈한 몸매와 날렵한 곡선 비행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살충제와 농약 사용으로 제비가 좋아하는 먹이인 모기 잠자리 벼멸구 딱정벌레들이 사라져 가는 게 첫째 이유다.
시골 논바닥에까지 아파트가 들어설 정도로 주거환경이 바뀌면서 제비가 둥지를 틀 처마 자체가 사라졌다.
급기야 문화재청이 제비를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오래전부터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조류학자들 사이에선
"이러다간 그 흔한 제비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걱정 반 농담 반 얘기가 나왔는데 이게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만 둥지를 틀고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환경은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인가 아닌가.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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