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구름을 구성하는 것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다.
빛의 파장이 이런 구름층을 통과하면 광선 속의 색깔이 흩어지는 산란(散亂) 현상이 나타난다.
구름을 구성하는 물질 중에 가장 작은 입자는 파란빛을 산란하고, 가장 큰 입자는 빨간색을 산란한다.
빛이 구름 속의 이런 물질들을 지나면서 가시광선의 일곱 색깔들은 모두 산란됐다가 모두 다시 합쳐진다.
이 경우 일곱 가지 색의 가시광선은 모두 섞여 흰색을 띤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흰색으로 보이는 이유다.
소나기 구름, 또는 쌘비구름이라고 일컬어지는 적란운(積亂雲)의 양상은 그와 조금 다르다.
솟아오른 산(山) 모습처럼 수직으로 두껍게 형성되는 이 구름 속으로는 빛이 덜 지나간다.
통과하는 빛의 양이 적어 산란되는 양도 줄어든다.
따라서 구름의 아랫부분이 어둡게 보인다.
우리가 먹구름으로 부르는 것들이다.
먹구름은 자연현상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인문적으로는 종종 위기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커다란 풍파를 예고하는 어려운 상황을 일컫는다.
‘먹구름 증시(證市)’
‘한국 대표팀에 먹구름’
등의 표현이 좋은 예다.
중국에서는 먹구름을 흔히
‘우윈(烏雲)’,
일본은
‘암운(暗雲)’
이라고 부르면서 다가올 위기의 대명사쯤으로 사용한다.
한반도 상공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이 몰고온 결과다.
한국 정부 당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즉각 선포하고, 북은 더 나아가 동해와 서해에서 추가 미사일 발사 태세를 갖추는 등 긴장의 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갈 길이 멀면 말의 소중함이 와닿는다
(路遙知馬力)’
는 중국 속담이 있다.
멀고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그 먼 여정에 몸을 실을 말이다.
위기를 해결할 실질적인 힘의 원천을 다시 돌아본다는 얘기다.
북한이 몰고 온 핵 위기를 헤쳐 갈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핵에 대한 직접적인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미 동맹의 강화와 스스로 위기를 제어할 수 있는 자구적 능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열매를 많이 맺고, 물은 샘이 깊어야 가뭄에 견뎌 바다로 간다고 했다.
위기의 근본을 헤아려 힘을 다시 추스르는 일에 너와 내가 없을 것이다.
중지(衆志)와 중지(衆智)를 한 데 모을 때다.
유광종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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