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이덕일
천인 출신으로 알려진 조선 선조 때의 문인 최립(崔��)의 '원일(元日)'이란 중국 기행시에
"柏酒同吾俗 백주도 조선 풍속과 같고
春盤媚遠天 춘반도 멀리서 온 나그네를 반기네"
란 구절이 있다.
백주는 설날 마시는 백엽주(柏葉酒), 즉 도소주(屠蘇酒)이고, 춘반은 입춘(立春)에 먹는 음식이다.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 '입춘(立春)'에
"春日春盤細生菜
입춘날 춘반의 생채가 부드러우니
忽憶兩京全盛時
홀연히 양경(낙양·장안)의 전성시절이 생각나네"
란 구절이나 조선 후기 남파(南坡) 홍우원(洪宇遠)의
"입춘날 생채가 생각난다
(立春日思生菜)"
라는 시는 춘반의 주요 재료가 채소였음을 보여준다.
고려 말의 학자 이곡(李穀)의
"토우로 밭을 가니 다시 봄이로구나
(又打土牛春)"
라는 '입춘(立春)'이란 시가 있다.
입춘날 관청에서 진흙으로 토우(土牛)를 만들어 밭 가는 시늉을 하는 것이 타춘(打春)인데 풍년을 바라는 풍속이다.
진흙 대신 짚이나 갈대, 종이로도 소 모형을 만들었는데 모두 춘우(春牛)라고 불렀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의
"토우를 내놓아 겨울의 한기를 보낸다
(出土牛以送寒氣)"
는 구절은 토우에 봄맞이의 의미가 있음을 말해준다.
경제위기 속에 맞는 입춘에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식구가 흩어진 가족은 모여 사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시경(詩經)' 당풍(唐風)의
"今夕何夕 오늘 밤이 어떤 밤인가,
見此粲者 아내를 만나는 밤이네"
라는 시나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妻子好合 처자와 화합하니
如鼓瑟琴 거문고와 비파 가락의 조화 같구나"
라는 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을 노래한 것이다.
조정에서 입춘에 신하들에게 은박지나 색종이로 만든 은화(銀花)나 채화(彩花)를 하사하면 이를 머리에 꽂고 봄맞이를 하는 것을 은승(銀勝) 또는 채승(彩勝)이라고 불렀다.
태평성대를 만드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은 고금(古今)이 같다.
당(唐)나라 설능(薛能)의 시에
"조정에 도가 있으니 푸른 봄이 좋구나
(朝廷有道靑春好)"
란 구절이 있다.
내일이 입춘이다.
지금 정부도 어려운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길(道)을 걸어 푸른 봄을 즐길 수 있게 하면 좋으리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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