圖讖(도참)과 미네르바 이덕일
도참(圖讖)은 미래의 길흉을 예언하는 말이나 책이다.
대부분 새 왕조의 도래를 예언한다.
1세기경 편찬된 '한서(漢書)'에 도참이 실려 있으니 유래가 오래되었다.
유방(劉邦)이 세운 전한(前漢)은 왕망(王莽)의 신(新)나라에 멸망하는데, '후한서(後漢書)'에는 이통(李通) 등이 신나라 말년에 후한을 건국하는 유수(劉秀:광무제)에게
"劉氏復起 유씨가 다시 일어나고
李氏爲輔 이씨가 보필한다"
는 도참을 들려주며 거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나온다.
'삼국사기'는 까마귀가 궁예(弓裔)에게 '왕(王)'자가 쓰인 상아 조각을 떨어뜨렸다면서 '옛 거울 도참(古鏡讖)'이야기도 전한다.
당나라 상인 왕창근(王昌瑾)이 한 거사에게 옛 거울을 샀는데 햇빛이 비치자
"於巳年中二龍見 사년(巳年)에 두 용이 나타나는데,
一則藏身靑木中 한 용은 몸을 푸른 나무 속에 감추고,
一則顯形黑金東 한 용은 형체를 흑금 동쪽에 나타내리라"
란 글귀가 나타났다.
푸른 나무는 송악군(松嶽郡) 사람 왕건(王建)을 뜻하고, 흑금은 궁예가 도읍한 철원(鐵圓)인데, 궁예가 철원에서 성했다가 멸망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이를 보고 궁예의 부하들이 왕건에게 붙는데, 왕건 측의 자작극이란 해석도 있다.
천민 출신으로 고려 무인 정권의 실력자가 된 이의민(李義旼)도 도참의 인물이다.
이의민의 부친 이선(李善)은 아들이 청의(靑衣)를 입고 황룡사 9층탑에 올라가는 꿈을 꾼다.
이의민은
"용손(龍孫:왕건의 후손)은 12대에 끝나고 다시 이씨가 일어서리라(龍孫十二盡 更有十八子)"
는 도참을 듣고 김사미, 효심 등의 농민 봉기군과 내통했으나 최충헌에게 죽고 만다.
'고려사' 우왕(禑王)조는 고려 사람들이 이씨가 왕이 된다는 '목자득국(木子得國)'이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한다는 '목자망 전읍흥(木子亡 奠邑興)'의 도참이 꾸준히 유포되었다.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화제다.
이 역시 도참의 일종으로서 사회 불안과 정부의 무능이 겹칠 때 발생하는 전형적 현상이다.
무능한 정부란 민심과 맞서 싸우는 정부를 뜻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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