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夫多妻(일부다처)    이  덕   일

 태종의 처남 민무구(閔無咎)·무질(無疾) 형제는 태종 7년(1417) 사형당했지만 이 비극적 사건의 뿌리는 태종이 재위 2년(1402) 성균악정(成均樂正) 권홍(權弘)의 딸을 후궁으로 맞으려 한 데 있었다.

 이때 원경왕후 민씨가 "제가 상감과 함께 어려움을 지키고 화란(禍亂)을 함께 겪어 국가를 차지했는데, 이제 나를 잊음이 어찌 여기에 이르셨습니까?"('태종실록', 2년 3월 7일)라고 항의하면서 태종의 마음이 처가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예기(禮記)' 곡례(曲禮)편은 "천자는 '후(后)·부인(夫人)·세부(世婦)·빈(嬪)·처(妻)·첩(妾)'의 부인을 둔다"고 규정하는데, 이들이 육궁(六宮)이다.

 '주례주소(周禮注疏)'에는 "천자는 육궁을 두는데, 3부인(夫人), 9빈(嬪), 27세부(世婦), 81어처(御妻)"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숫자만 120명인데, 게다가 첩(妾)은 제한이 없었다.

 '혼의(昏義)'에 따르면 제후(諸侯)는 아홉 부인을 둘 수 있으며, 경대부(卿大夫)는 1처(妻) 2첩(妾), 선비(士)는 1처 1첩을 둘 수 있었다.

 '경국대전(經國大典)' 내명부(內命婦)조에 따라, 정1품 빈(嬪)부터 종4품 숙원(淑媛)까지 8계품이 후궁인데, 제후는 품계가 없는 왕비까지 합해 아홉의 여성을 둔다는 규정에 맞춘 것이다.

 조선의 스물일곱 임금 중에 후궁을 두지 않은 유일한 임금은 18대 현종뿐이었다.

 명성왕후 김씨에게서 후사(後嗣) 숙종과 세 공주를 낳았을 뿐 어느 후궁도 두지 않았다.

 파리외방선교회에서 로마교황청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정조 8년(1784) 이승훈이 북경의 천주당을 찾아와 영세 받기를 요청하자 방타봉 신부는 "복음이 가르치는 순결은 여러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것을 용인치 않는다"고 말했고, 이승훈은 "법적인 아내밖에 없고 또 다른 여자를 결코 얻지 않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한다.

 조선의 양반 천주교도들에게 일부일처제는 교리의 하나였다.

 미국에서 일부다처제 신봉 종교신자들이 미성년 소녀를 부인으로 맞아 경찰이 수사한다는 소식이다.

 200년 전에도 복음으로 금지됐던 일부다처제라니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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