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牛(심우),鬪牛(투우),臥牛(와우),狂牛(광우)

 한국의 절에 가면 대웅전 벽에 소를 그린 벽화가 있다.

 '십우도(十牛圖)'라고 하는 그림이다.

 소를 찾아서 고삐를 채워 길을 들이는 과정을 10단계로 설명한 그림이다.

 처음에는 소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찾는다.

 그러다가 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한다.

 그 다음에는 고삐를 채워 소가 멀리 가지 못하게 한다.

 차츰 소가 길이 든다.

 나중에는 소와 사람이 친숙해지고, 결국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소는 사람의 불성(佛性)을 상징한다.

 사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누구에게나 신성(神性)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불성이 밖에 있는 줄 안다.

 자기 마음속의 무의식(無意識)에 이미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다.

 '능엄경'(楞嚴經)에서는 이 소를 '대력백우'(大力白牛)라고 표현한다.

 '힘이 엄청나게 센 흰 소'로 표현하였다.

 불교수행의 관건은 흰 소를 발견하는 일이다

.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 '소를 놓아 버린다'는 방우(放牛), '소를 길 들 인다'는 목우(牧牛)는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단어들이다.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페인에는 투우(鬪牛)가 있다. 투우사가 소의 등에다가 칼을 꽂아 소를 죽이는 경기이다.

 왜 이 사람들은 이처럼 잔혹하게 칼로 소를 죽이고, 투우사와 소의 목숨 건 싸움을 놀이로 만들었단 말인가.

 여기서 소는 죽음에 대한 공포, 야만, 욕망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소와 싸운다는 것은 이 공포를 물리치는 일이고, 야만과 욕망을 정복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엄청난 투쟁을 해야 한다.

 피를 흘릴 만큼 고통을 겪어야지 공짜로 되는 일은 아니라고 보았다.

 투우는 삶이 지닌 공포, 야만, 욕망을 인간의 의지로써 극복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풍수 가운데 가장 흔한 이름의 명당이 와우혈(臥牛穴)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가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에다가 산세를 비유하였다.

 이런 산세는 아주 편안한 산세이다.

 산이 높고 험하지도 않고 완만하면서 돌출된 바위도 없다.

 시골 뒷동산과 같이 편안한 산세를 의미한다.

 소(牛) 중에서 가장 무서운 소가 광우(狂牛)이다.

 광우에게 한번 들이받히면 약도 없다.

 이 소를 어찌할 것인가?

  조  용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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