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視各各(시시 각각)               조    용   헌

 뜰 앞에 조그만 연못이 있다.

 금붕어가 14마리 산다.

 가끔 금붕어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먹이로 주면 좋아한다.

 어느 날은 과자 부스러기 대신에 영양가 많은 오징어 가닥을 서너 개 던져 주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게도 금붕어들에게는 이 오징어로 인하여 문제가 야기되었다.

 오징어 가닥은 길이가 10㎝ 정도 되는 길이였다.

 길이가 길어서 금붕어가 한입에 삼킬 수 없는 먹이였던 것이다.

 붕어 입은 조그마하다.

 기껏 입으로 삼켜 보아야 1㎝ 정도나 삼킬까 말까이다.

 붕어 한 마리가 오징어 자락을 물고 있으면, 다른 붕어가 잽싸게 다가와서 오징어 자락의 나머지 끝을 물어서 당긴다.

 그러면 이미 1㎝ 정도 입에다 집어넣고 있던 붕어는 입에 넣었던 부분을 다시 뱉어낼 수밖에 없다.

 상대 붕어가 줄다리기하는 것처럼 물어 당기기 때문이다.

 상대 붕어가 오징어 자락을 물고 연못 구석진 곳으로 도망을 가면, 다시 다른 붕어가 또 달려가서 나머지 부분을 물어 당긴다.

 아까 먹던 것을 뺏긴 붕어도 그 줄다리기에 가세한다.

 그러면 오징어 자락을 중간에 인터셉트했던 붕어도 입에 넣었던 것을 토해 낼 수밖에 없다.

 오징어 자락은 질기다.

 쉽게 잘라지지 않으므로 누구도 입속에 삼키지를 못한다.

 조그만 연못 속에서 14마리의 금붕어가 서너 개의 오징어 자락을 서로 먹기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쟁탈전이 벌어졌다.

 평화롭던 연못이 전쟁터로 변한 것이다.

 왜 평화롭던 연못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교육가(敎育家)가 이 장면을 보면 서로 사이좋게 먹이를 나누어 먹도록 교육을 잘 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개혁가(改革家)는 애당초 오징어를 가위로 공평하게 토막 내어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률가(法律家)는 법 집행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이처럼 무법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전략가(戰略家)는 적의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적당한 먹잇감을 던져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명상가(瞑想家)는 원래 세상살이라는 것이 물고 뜯는 싸움판이라는 것을 명상할 것이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시시각각(視視各各)'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이 사회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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