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博山城(명박산성)          조    용    헌

 고구려는 산성(山城)의 나라였다.

 대부분의 이름난 성(城)들이 험준한 산꼭대기, 또는 8부 능선쯤에 성벽을 쌓은 산성들이다.

 중국 땅에 남아 있는 고구려의 산성들인 오녀산성, 비사성, 독산성, 오골성, 석성 등은 거의 요새에 가깝다.

 고구려의 첫 번째 도읍지이자, 주몽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오녀산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발 820m의 오녀산은 대략 600m 부분부터 깎아지른 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동남쪽은 아예 500m가 넘는 높이의 바위절벽이다.

 이 험준한 절벽 위에다가 산성을 축조하였으니 난공불락의 요새일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가 수나라의 양제, 당나라의 태종과 같은 대제국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산성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고구려의 힘은 산성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조에 들어오면 망우당 곽재우가 쌓은 화왕산성(火旺山城)이 인상적이다.

 임진왜란에서 게릴라전의 명수이자 한 번도 왜군에게 패하지 아니하였던 곽재우는 산성을 중시하였다.

 그는 평지에서 조선의병이 수만명의 일본 정규군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고 여겼다.

 그는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안시성(安市城)을 지켰기 때문에 고구려가 망하지 아니하였고, 즉묵성(卽墨城)이 완전하였기 때문에 제(齊)나라가 다시 회복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곽재우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제2차 진주성 싸움에 합류하지 않았다.

 험준한 지형에 있지 아니한 진주성을 가지고는 10만이 넘는 일본군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진주성보다는 험준한 위치에 있는 산성에서 전투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창녕의 날카로운 바위산에 축조한 화왕산성으로 들어가 최후의 결전에 대비하였다.

 결국 진주성은 무너졌지만, 곽재우를 따라 화왕산성에 들어간 사람들은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남쪽에서 올라오는 왜적을 막기 위하여 임진왜란 이후에 증축했던 산성이고, 북한산성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오랑캐를 막기 위하여 병자호란 이후에 축조한 산성이다.

 정부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쌓았던 철제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켜 촛불 시위대는 '명박산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새로운 공법으로 쌓은 21세기형 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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