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鳥家(관조가)        

 집 앞의 풍경이 어떤가에 따라 격(格)이 달라진다.

  한국은 산이 국토의 70%가 되다 보니, 과거의 집들은 대개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었다.

 산자락에 집이 있으면 각도에 따라 차경(借景)이 모두 다르게 보인다.
 특히 집 앞쪽으로 보이는 경치가 그 터의 품격을 좌우하였다.

 앞산이 삼각형처럼 뾰족한 문필봉(文筆峰)이 있으면 학자가 나오고, 테이블처럼 평평한 산이 있으면 이를 창고사(倉庫砂)라고 해서 부자가 나온다고 여겼다.

 집 앞으로 냇물이 감아 돌거나 호수가 있으면 이 또한 돈이 많이 생기는 터로 간주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집을 갈 때마다 집 앞의 차경이 과연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유심히 관찰한다.

 바다를 건너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가보니까, 집 앞으로 독특한 풍경이 연출되는 집이 있었다.

 14평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였지만 집 앞으로는 수백 마리의 각종 철새를 구경할 수 있는 집이었다.

  집 앞에 산봉우리가 아니라 새가 날아드는 것이다.

 1년 열두 달 방안의 의자에 앉아서 새를 관찰할 수 있으므로, 필자가 붙여본 이름이 '관조가(觀鳥家)'이다.

 겨울철에는 오리들을 관조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혹부리오리가 날아든다.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물수리, 흰죽지수리, 왜가리, 백로, 쇠백로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큰고니, 참매, 황새, 두루미, 큰기러기, 말똥가리, 눈병아리, 흰물떼새, 민물도요새, 재갈매기, 물닭, 쇠물닭도 온다.

 이들 새들은 집 앞에 '계호당'이라고 불리는 호수에 모여든다.

 이 호수는 원래 민물호수가 아니었다.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조그만 만(灣)이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입구에 둑을 쌓아 막아 놓고, 수문을 통해서 바닷물의 유입을 조절하기 때문에 습지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다.

 호수 밑에는 6~7군데의 용출수(湧出水)가 있다고 한다.

 새의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각종 철새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날아 다니는 새는 자유와 영혼의 상징이다.

 여러 가지 색깔을 띤 오리들 수십 마리가 한가롭게 수면 이쪽저쪽을 떠다니면서 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면 세상사 풍파를 잊고, 마음이 어렸을 때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관조(觀鳥)'를 하면 '관조(觀照)'가 된다.

조 용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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