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火都監(금화도감) 이 덕 일
조선에서 방화(放火)는 대부분 사형이었고 대사령(大赦令) 때도 사면되지 않는 상사소불원(常赦所不原)에 해당했다.
실화(失火)도 엄벌했는데 대명률(大明律) 실화조(失火條)는 자기 집을 태운 자는 볼기 40대, 남의 집을 실화시킨 자는 볼기 50대에 처했다.
종묘(宗廟)와 궁실을 태운 자는 실화라도 교형(絞刑)이었다.
세종 11년(1429) 좌사간 유맹문(柳孟聞)은 "우리 도성은 땅은 좁고 인구는 조밀하며, 집과 담이 서로 연접되어 있고, 초가(草家)가 10에 7, 8이 되니 한번 화재가 나면 백여 호씩 연소(連燒)된다"고 말한 대로 서울은 불에 취약했다.
그래서 세종은 재위 8년(1426) 지금의 소방방재청이라 할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하고 종합적인 화재 방지책을 세웠다.
길을 넓혔으며, 각 관청은 모두 방화수(汲水桶)를 담당하는 급수비자(汲水婢子)를 두었다.
민간은 다섯 집마다 한 명씩 장(長)을 두어 각 집이 모두 방화수를 준비시켰다가 불이 나면 함께 끄게 했다.
특히 바람 부는 날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병조(兵曹)의 낭청(郞廳)과 진무(鎭撫) 등은 상관에게 보고하지 말고 부하들과 현장으로 달려가 금화도감의 지휘에 따라 진화작업에 참여하게 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화재 때문에 밤에 불 켜고 일하는 것을 금지시켜 백성들이 괴롭게 여겼다.
그래서 '바지 다섯 벌(五袴)'이라는 노래까지 생겼다.
후한(後漢)의 염범(廉范)은 촉군태수(蜀郡太守)로 부임해서 방화수를 준비시키고 밤에도 일하게 허용했다.
야간에도 일할 수 있게 되어 생활이 풍족해진 촉군 백성들이
" 廉叔度來何暮
염숙도(廉叔度:염범의 자)여 왜 이리 늦게 왔는가
不禁火民安作
불사용을 금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편하게 일하네
平生無�今五袴
평생 적삼도 없었는데, 지금은 바지만 다섯 벌이네"
라고 노래했다는 것이다.
정종은 재위 2년(1400) 개경의 수창궁(壽昌宮)에 불이 나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자,
"궁궐은 이미 불타서 구제할 수가 없으니, 사람이나 상하지 말게 하라"고 지시했다.
소방관들의 순직이 잇따르고 있다.
인명을 중시한 정종의 마음으로 대책을 수립할 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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