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ntact Us
    사랑방
    생활자료실
    한자 교실
    시 공부방
    역사정보교실
방문자
333
1,514
3,628
1,053,435
 
>> > 좋은 글방 > 한자 교실
 
작성일 : 22-06-04 05:17

중국의 5월 35일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753  

중국의 5월 35일

과거 베이징(北京)을 일컬었던 여러 호칭 중 하나는 베이핑(北平)이다.

북쪽 지역의 평온(平穩)과 안정(安定)을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인은 보통 그 둘을 줄여 ‘평정(平定)’이라는 단어로 곧잘 적는다.

전란과 재난을 잔혹하리만치 자주 겪은 중국인의 심성에 평온과 안정을 향한 꿈은 아주 견고하다.

이른바 ‘태평(太平)’을 갈구하는 심리다.

달리 태평(泰平)이라거나 승평(昇平), 또는 승평(承平)으로도 적는다.

수도(首都)의 대명사처럼 쓰는 장안(長安)이라는 말이 우선 그 맥락이다.

우리도 “장안의 화제다”라며 곧잘 사용한다.

이 단어는 ‘태평’을 향한 심리가 정치적으로 영근 이름이다. 본래

‘오래도록 다스리며 안정을 이루다

장치구안(長治久安)’

라는 말에서 나왔다.

베이징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이름도 마찬가지다.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잘 다스리다

수명우천 안방치국(受命于天 安邦治國)’

라는 말에서 글자를 뽑았다.

예나 지금이나 치세(治世)를 지향하는 중국 통치 권력의 뚜렷한 정치적 상징이다.

마침 천안문 앞에 동서(東西)로 55㎞인 장안가(長安街)가 지난다.

베이징의 또 다른 상징인 이 도로는 옛 황궁인 자금성(紫禁城)의 남북 축선 중 천안문과 겹치면서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둘의 이름 모두 평온과 안정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남쪽의 천안문 광장에서 1989년 6월 4일 청년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당국은 이들을 총칼로 진압했다.

민주와 자유를 향한 젊은 중국인들의 꿈이 치세를 유지하려는 무형의 정치적 구조물에 걸려 사그라진 ‘6·4 천안문 사태’다.

중국 당국은 이를 동란(動亂)으로 규정해 기념식 등을 막고 있다.

‘6·4′라는 숫자의 포털 검색 등도 금지한다.

그래서 민간은 그 날을 5월 35일로 적어 기념한다.

중국에서만 유독 긴 그 5월이 ‘태평’의 적막감 속에서 또 저문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6.03 00:00

조선일보


이름 패스워드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비밀글
 
 

Total 2,528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13 明心寶鑑 繼善篇-나(24.12.2) 김관동 12-09 205
2512 명심보감(1) 계선편(繼篇)가(24.11.25) 김관동 12-09 197
2511 양박도사(兩朴道士) 김관동 09-12 775
2510 속임수의 자업자득 김관동 08-19 679
2509 "흉적 무찌르다… 가련한 칼잡이" 김관동 08-07 594
2508 무르익음과 문드러짐 김관동 07-23 775
2507 군일신다(君一臣多) 김관동 07-21 570
2506 공수신퇴 김관동 07-01 560
2505 중국의 5월 35일 김관동 06-04 754
2504 천명미상(天命靡常) 김관동 05-27 744
2503 중국인들의 외침 김관동 05-07 519
2502 ‘오얏나무’ 속담에 대한 오해 김관동 05-06 552
2501 성인·우인·군자·소인 김관동 04-29 549
2500 퇴계 정신 ‘매화’ 김관동 04-04 570
2499 이장폐천(以掌蔽天) ​ 김관동 04-01 54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