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적(魚無迹)이 「신력탄(新曆嘆)」에서 새해의 덕담을 적었다.
“我願三萬六千日(아원삼만륙천일) 내 소원은 3만 하고 6천의 긴 날들이,
判作人間兩朝夕(판작인간량조석) 인간 세상 두 번의 아침저녁 되었으면.
春花一吐千年紅(춘화일토천년홍) 봄꽃이 한번 피어 천년 동안 붉어 있고,
秋月一照千年白(추월일조천년백) 가을 달 한번 비춰 천년 내내 환했으면.
堯舜至今顔尙韶( 요순지금안상소) 요순(堯舜)의 얼굴이 지금껏 아직 곱고,
周孔至今頭尙黑( 주공지금두상흑) 주공(周公) 공자 머리카락 여태까지 검었으면.
朝聞吁咈土階上(조문우불토계상) 아침엔 토계(土階) 위서 군신(君臣) 화합 소리 듣고,
暮見絃誦杏壇側(모견현송행단측) 저녁엔 행단(杏壇) 곁의 공부하는 모습 보리.
一年黃河水再淸(일년황하수재청) 1년에 황하 물이 두 번쯤 맑아지고,
三歲蟠桃子屢熟(삼세반도자루숙) 3년마다 반도(蟠桃) 열매 자주자주 익었으면.
太山肴核銅柱筯(태산효핵동주저) 태산을 안주 삼고 구리 기둥 젓가락 삼아,
滄海杯樽斗杓刁(창해배준두표조) 푸른 바다 술통에다 북두칠성 국자일세.
聊與萬民同醉眠(료여만민동취면) 애오라지 만백성과 함께 취해 잠자면서,
嗚嗚共唱康衢曲(오오공창강구곡) 맑은 가락 강구곡(康衢曲)을 모두 같이 불러보세.
却勸紫皇詔太史(각권자황조태사) 태사(太史)에게 명하라고 옥황께 권면하여,
萬萬年來一改曆(만만년래일개력) 1억년에 한 번씩만 책력을 고쳤으면.”
자고 나면 1백 년이 지나 있다.
열흘 가는 꽃은 천 년 동안 피어있게 된다.
한번 뜬 가을 달이 지는 사이 1천 년이 지나가는 상상은 어떤가?
요순 같은 임금이 아직 젊어 의욕에 넘치고, 주공과 공자 같은 어진 이가 그를 보필하는 세상에 같이 살아보고 싶다.
흙으로 지은 소박한 궁궐에서 임금과 신하가 백성을 아껴 화합하는 모습과, 행단(杏壇)에서 공자가 제자들과 책 읽고 노래하는 광경을 아침저녁으로 만나고도 싶다.
백년하청(百年河淸)의 황하 물이 1년에 두 번 맑아져서 2백 년으로 농축되고, 3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반도 복숭아가 3년에 한 번씩 달려, 1년이 1천 년과 맞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산을 안주 삼고 구리 기둥을 젓가락 삼아, 푸른 바다 술통 되고 북두칠성 국자 되어, 거나하게 한잔 마셨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때에는 만백성과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취하리라.
그러면 옥황상제가 사관에게 명하여, 1억 년에 한 번씩만 책력을 고쳐도 되는 그런 세상에서 새해를 맞고 싶다.
사나이의 신년 포부가 이쯤은 되어야지.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