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견집몌 (拍肩執袂)

 송나라 때 정이천(程伊川)이 말했다.

 "近世淺薄(근세천박)  요즘은 천박해져서

  以相歡狎(이상환압)  서로 즐기며 함부로 대하는 것을

  爲相與(위상여)  뜻이 맞는다고 하고,

  以無圭角(이무규각)  둥글둥글 모나지 않는 것을

  爲相歡愛(위상환애)  좋아하여 아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如此者(여차자)  이 같은 것이

  安能久(안능구)  어찌 능히 오래가겠는가?"

 속류들의 우정을 말했다.

 허물없이 함부로 대하고, 싫은 소리 안 하면 금세 지기라도 만난 듯이 속없이 군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틀어져서 다시 안 볼 듯이 원수가 된다.

 장횡거(張橫渠)의 말은 또 이렇다.

 "今之朋友(금지붕우)  오늘날의 벗은

  擇其善柔(택기선유)  나긋나긋하게 잘하는 사람만 가려서

  以相與(이상여)  서로 어울리고,

  拍肩執袂(박견집몌)  어깨를 치며 옷소매를 잡는 것을

  以爲氣合(이위기합)  의기가 투합한다고 여긴다.

  一言不合(일언불합)  그러다가 한마디만 마음에 맞지 않으면

  怒氣相加(노기상가)  성을 버럭 낸다.

  朋友之際(붕우지제)  벗과의 사이에는

  欲其相下不倦(욕기상하부권)  서로 부지런히 낮추려 해야 한다.

  主其敬者(주기경자)  벗의 사이에서는 공경에 힘쓰는 사람만이

  日相親與(일상친여)  날마다 서로 친해져서 효과를 얻는 것도

  得效最速(득효최속)  가장 빠르게 된다.

  始則氣輕(시즉기경)  처음에는 기운이 경박해서

  而苟於求合(이구어구합)  마음에 맞기만을 구하려 애쓰다가,

  終則負氣(종즉부기)  나중에는 등을 돌려

  而不肯相下(이부긍상하)  서로 낮추려 들지 않으니,

  若是者(약시자)  이와 같은 것이

  其果有益於己乎(기과유익어기호)  과연 내게 유익함이 있겠는가?"

 글 속의 '박견집몌(拍肩執袂)'는 상대의 어깨를 툭툭 치거나, 옷소매를 당기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가 남이가?' 하다가, '누구시더라?'로 돌아서기는 잠깐이다.

 홍대용이 육비(陸飛)에게 보낸 편지에서 썼다.

 "若今之所謂友者(약금지소위우자)  오늘날 이른바 벗이란 것은

  拍肩執袂(박견집몌)  어깨를 치고 소매를 잡더라도,

  貌同心異(모동심이)  겉만 같지 속마음은 다릅니다.

  執禮爲疎(집례위소)  예법을 고집하면 성글다 하고,

  責難爲迂(책난위우)  바른말로 나무라면 오활하다고 하지요.

  善柔以相瘉(선유이상유)  고분고분한 것만 좋다 하면서,

  勢利以相招(세리이상초)  세력과 이익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淪胥爲鄕原(륜서위향원)

  而不以爲非也(이부이위비야)

  是亦可謂友乎(시역가위우호)  이런 것도 벗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

 바른길로 이끄는 도리, 잘못을 나무라는 충고는 벗 사이에서 찾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