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납오 (含垢納汚)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이

'막내아들 유방의 병풍에 써주다

서증계자유방병폭(書贈季子裕邦屛幅)’

란 글에서 이렇게 썼다.

"'書云(서운) 서경'에서는

'必有忍(필유인) 반드시 참아내야만

其乃有濟(기내유제)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非勤無以成大德也(비근무이성대덕야) 근면함이 아니고는 큰 덕을 이룰 수가 없다.

非忍無以凝大業也(비인무이응대업야) 인내가 아니고는 큰 사업을 맺을 수가 없다.

勤勉者自强不息(근면자자강불식) 근면이란 것은 스스로 힘써 쉬지 않아 날마 다

日新又新(일신우신) 새롭고 또 새로워지는 것이니

天道也(천도야) 하늘의 도리이다.

忍耐者藏疾納汚(인내자장질납오) 인내란 것은 나쁜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 을 받아들여서

負重致遠(부중치원)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곳까지 도달함이니

地道也(지도야) 땅의 도리이다.

夫不耐一時之苦(부불내일시지고) 대저 한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而偸安姑息者(이투안고식자) 편안함을 취해 주저물러 앉는 자는

其終不免窮廬之歎(기종불면궁려지탄) 끝내 궁한 살림의 탄식을 면치 못한다.

不忍一朝之忿(불인일조지분) 하루아침의 분노를 참지 못해

而輕擧妄動者(이경거망동자) 경거망동하는 자는

其終必有滅頂之患(기종필유멸정지환) 마침내 반드시 목숨을 잃는 근심이 있 게 된다.

故聰明特達(고총명특달) 이 때문에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남이

不如勤勉(불여근면) 근면함만 못하고,

足智多謀(족지다모) 지혜와 꾀가 많은 것이

不如忍耐(불여인내) 인내만 못하다.

可不勉哉(가불면재) 힘쓰지 않을 수

可不戒哉(가불계재) 있겠는가?"

막내에게 근면과 인내의 덕성을 기르라고 주문했다.

근면한 노력이 꼭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내다.

한때의 괴로움과 잠깐의 분노를 못 참아 큰일을 그르치면 그간의 노력이 보람 없다.

이 아비는 네가 똑똑하고 꾀 많은 사람이기보다 근면하면서 참아 견딜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글 중에 '나쁜 것을 감추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좌전' 선공(宣公) 15년 기사에 진(晉)나라 백종(伯宗)이

"川澤納汚(천택납오) 시내와 연못은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山藪藏疾(산수장질) 산과 숲은 나쁜 것을 감춰두며,

瑾瑜匿瑕(근유닉하) 옥은 흠을 감추고 있으니,

國君含垢(국군함구) 임금이 더러움을

含垢納汚(함구납오) 포용하는 것은

天之道也(천지도야) 하늘의 도입니다“

라 한 데서 나왔다.

흔히 함구납오(含垢納汚)라 한다.

때 묻은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시내는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

옥에도 흠은 있다.

유용한 인재도 다소의 흠결은 있게 마련이다.

포용하는 것이 맞는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