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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5-23 07:08

답사기와 방랑기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222  

     답사기와 방랑기

 

 여행에도 두 종류가 있다.

 공중 폭격과 땅개 작전이 그것이다.

 공중 폭격에 해당하는 여행기는 유홍준이 최근에 펴낸 '중국 문화 답사기(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이다.

 이에 대비되는 땅개 작전 유형의 여행기는 노동효라는 작가가 쓴 '남미 히피로드'이다.

 800일 동안 남미의 히피들과 어울리며 떠돌아다닌 방랑기이다.

 답사기와 방랑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유홍준은 당대의 안목이다.

 거의 50년 동안 유적지를 직접 발로 밟아보고 방대한 영역의 문사철을 공부하고 거기에다 미학까지 섭렵하였다.

 여기에서 발효되어 나온 게 '당대안목(當代眼目)'이다.

 1권 서문을 읽어보니까 문화재청장 시절 중국의 주요 도시 시장이나 인민위원장의 만찬 초대를 받은 대목이 나와 있다.

 유 청장이 북경시에 가서 대접받을 때에는 북경시중국(北京是中國)이라는 덕담을 방명록에 썼다.

 서안에서는 서안재중국재(西安在中國在),

 남경에 가서는 남경흥중국흥(南京興中國興)을 남겼고,

 중국 수행원들에게는 상해요중국요(上海擾中國擾), 부지제남부지중국(不知濟南不知中國)


 을 써 줬다고 나온다.

 필자는 본문 내용보다 서문의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관대작을 한번 해봐야 되는 거구나.

  그래야만 문화 귀족의 아우라가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고관대작과 문화 귀족의 여행기가 답사기라 한다면 노동효의 '남미 히피로드'는 800일 동안 겪은 밑바닥 따라지들의 방랑기이다.

 남미 대륙이 히피들의 천국인 줄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히피는 무협지적으로 해석하면 개방파(丐幇派) 아닌가.

 미국의 히피, 중국의 개방파는 본토에서 사라졌지만 그 전통은 살아남아 남미로 옮겨갔던 것이다.

 히피들은 돈 없이 여행하는 부류이다.

 숙식에 필요한 최소 경비는 여행 중에 자체 조달한다.

 품팔이도 하고, 길거리에서 수공예품도 만들어 팔고, 광장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모자 속에 동전을 받기도 한다.

 공중으로 공을 여러 개 던져서 주고받는 놀이인 저글링이나 외발 자전거 타는 서커스 묘기도 익혀야 한다.

 하룻밤 자 는 숙박비도 3000원 정도. 여행 중에 히피들끼리 만나면 먹을 것도 서로 나누어 먹는다.

 글쓴이 노동효도 여행 중 강도를 만나 카메라, 노트북, 돈을 다 털린 적이 있다.

 빈털터리 상태에서 서커스 주특기의 히피들과 합류한다.

 한 달간 같이 장마당마다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한 대목도 나온다.

 내가 20대라면 취직하지 않고 남미로 갔을 것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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