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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05 23:19

어귀정상 (語貴精詳)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186  

    어귀정상 (語貴精詳)

 


 이덕무가 '사소절(士小節)'에서 언어에 대해 말한 몇 대목을 추려 본다.

 읽다 보니 찔끔하게 만드는 구절이 많다.

 "多言者(
다언자)  말이 많은 사람은

  傷威損誠害氣壞事(상위손성해기괴사)  엄을 손상하고 정성을 덜어내며, 기운을 해치고 일을 그르친다."


 말 많아 좋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입만 열면 멈출 줄 모른다.


 "言言諧嘲(언언해조)  말마다 농담만 하면

  心則放而事皆無實(심즉방이사개무실)  마음이 방탕해지고 일마다 실속이 없다.

  人亦狎而侮之也(인역압이모지야)  남들도 우습게 보아 업신여긴다."


 제 딴에는 남을 웃기려고 한 말인데, 저만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만다.

 종내는 남의 업신여김까지 받게 된다.

 말을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凡言語勿先作假辭(
범언어물선작가사)  말을 할 때 빈말을 글 쓸 때

  如作文冒頭然( 여작문모두연)  첫머리처럼 먼저 늘어놓아,

  使人厭聽(사인염청)  남이 듣기 싫어하게 해서는 안 된다.

  語貴精詳簡當(어귀정상간당)  말은 정밀하고 상세하며 간결하면서도 합당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

  忌煩複纖瑣(기번복섬쇄)  번잡하고 되풀이하며 자질구레하고 잗다란 것을 꺼린다."


 입만 열면 서두가 길다.

 했던 말 또 하고, 안 해도 될 말 자꾸 끼워 넣으면 듣는 이가 지친다.

 역효과만 난다.

 "慣習一種話頭(관습일종화두)  습관적으로 어떤 화제를

  對人盛言(대인성언)  남들에게 신나게 말하고 나서,

  後又對其人(후우대기인)  다음에 또 그와 만나

  忘前所言(망전소언)  앞서 말한 것을 잊어버리고

  而又復道之(이우복도지)  되풀이해 말한다.

  如此屢數(여차루수)  이렇게 몇 번 하면

  則其人必厭聽焉(즉기인필염청언)  그 사람은 틀림없이 듣기 싫어하고

  訝其重複(아기중복)  되풀이해 말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此雖聰明不足之致(차수총명부족지치)  이것은 비록 총명함이 부족한 연유이기도 하지만

  亦復心氣粗率之病也(역복심기조솔지병야)  또한 심기가 거칠고 경솔한 병통이기도 하다."


 했던 말을 신나게 떠들다가 상대 표정을 보고서야 아차 싶을 때가 있다.

 나이 들면서 이런 일 이 잦아진다.

 입을 무겁게 가지라는 신호다.

 "聞人言(
문인언)  남의 말을 들을 때,

  雖與我所聞有異同(수여아소문유이동)  비록 내가 들은 것과 차이가 나더라도

  不可牢守我先聞(부가뢰수아선문)  내가 앞서 들은 것을 굳게 고집해서

  盛氣折人(성기절인)  기운을 돋워 남을 꺾으려고

  呶呶不已也(노노부이야)  쉬지 않고 떠들어대서는 안 된다."


 이러다가 꼭 큰 싸움이 난다.

 세상의 다툼이 대부분 말 때문에 생긴다.

 아끼고 살펴야겠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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