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겁쟁재(群劫爭財)의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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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군겁쟁재(群劫爭財)의 운(運)이로구나!’다.

‘돈을 놓고 여러 동업자(형제)가 다투는 상황’을 가리킨다.

명리학에서 쓰는 전문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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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에서는 형제나 동업자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라는 용어가 이것이다.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라는 의미로써 몸이 약한 자신을 보강해 준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에 겁재는 자기의 재물을 탈취해간다는 뜻이다.

형제, 동업자는 자신을 보강해 줄 수도 있지만 운이 안 좋으면 자기의 돈을 뺏어가는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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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 비견과 겁재가 많으면 형제(동업자)가 많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운(大運)에서 비견·겁재 운을 또 만나면 형제나 동업자가 원수로 돌변한다.

자기 팔자가 자동차라고 한다면 대운은 도로 상태를 상징한다.

아수팔트에서 잘 나가던 자동차가 비견·겁재의 자갈 길(대운)에 들어서면 타이어가 펑크 나고 ‘쇼바’가 망가지는 것이다.

동업자끼리 돈을 탈취하기 위해 싸움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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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이라는 자동차는 지금 자갈 길에 들어섰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늪지대에 접어 든다.

사업가들은 운에서 비견·겁재 대운이 들어올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비견·겁재가 많은 신강(身强) 팔자는 동업에 신중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동업을 피해야 한다.

인생사는 매우 복잡해서 어떤 타이밍에는 동업이 필요하지만 어떤 타이밍, 즉 비견·겁재 대운에서는 동업이 깨지고 싸움이 난다.

이런 대운에서 서로 싸우고 원수가 될 때는 동업상구론(同業相仇論·동업하면 서로 원수된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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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동업 관계였던 고려아연과 영풍은 이번에 원수가 되었다.

동업을 하다가 57년 만에 헤어지면서 법정소송 없이 아름답게 헤어진 사례가 있으니 그게 바로 LG와 GS의 이별이다. ‘아름다운 이별’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이별이지만 이걸 이뤄내려면 고도의 지혜와 인품이 요구된다.

세계 기업사에서도 드문 이 이별을 LG와 GS가 해낼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자경(1925-2019)이라는 어른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기업이 헤어지던 시점이 2005년이었다.

80세였던 구자경은 ‘내가 죽고 나면 복잡해진다.

내가 눈뜨고 살아 있을 때 정리하자!’고 판단을 내렸던 듯하다.

두 집안의 고향인 진주 지수면에 가면 지신정(止愼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지신(止愼·그치고 삼가다)이 안 되면 망조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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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