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뇌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나면서 차창 밖을 내다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폭탄이 날아들었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 하르키우에 살던 12세 소녀 예바 스칼레츠카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바는 그날부터 일기를 썼다.
“손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쳤다.
두려움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예바가 쓴 일기는 영국의 방송사 전파를 타면서 책으로도 출판됐다.
우크라이나판 ‘안네의 일기’인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해를 넘기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황은 교착 상태다.
전 세계가 러시아가 자행한 대학살을 목격했다.
이 살육 전쟁에서 러시아 측 주요 작전을 수행한 이들은 군인이 아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 속한 용병들이었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믿고 쓴 용병들이 반란을 꾀했다.
군부와 갈등을 빚던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했다.
한때 이들이 모스크바로 진격하며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상황은 하루 만에 종료됐다.
반란 뒤에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있다.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푸틴의 신임을 얻고 최측근이 된 것은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설립하면서다.
이 회사는 ‘살인 용병’으로 불리며 분쟁 지역에 푸틴의 특수부대로 개입하며 악명을 떨쳤다.
그랬던 이 회사 수장이 푸틴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용병 시장은 뉴욕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진 9·11 사건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급성장했다.
이라크전에서 사세를 키운 업체가 미국의 ‘블랙워터’다.
네팔의 구르카는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불린다.
각국이 자국의 군인 대신 용병을 참전시키는 이면에는 국제사회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용병은 통제가 쉽지 않고, 더 폭력적일 수 있으며, 언제든 돌변할 위험을 안고 있다.
용병 기업가 프리고진의 반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이유를 다시 묻는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 막대한 고통을 주고 있다.
폭격에 풍비박산이 난 고향집 사진을 보고 예바는 “심장이 짓밟힌 기분”이라고 울부짖는다.
이젠 평화 중재의 손길이 많아지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
입력 : 2023.06.25 20:30
수정 : 2023.06.25 20:35
이명희 논설위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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