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의 영결식이 엄수된 21일 고인의 운구행렬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해 노제 장소인 경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벌써 50일이 지났다.
지난달 1일 정부의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영결식이 21일 서울 도심에서 빗속에 치러졌다.
노동시민사회장은 서울대병원을 출발해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광화문에서 영결식을 거행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경찰은 펜스를 설치하고 교통 방해를 이유로 행렬을 막아섰다.
“가세, 가세. 노동존중 참세상으로 가세.”
거리엔 양씨를 떠나보내는 만장 행렬과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양씨 분신 후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대통령이 시작한 ‘노조 때리기’는 보수언론·여당까지 이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선일보의 ‘자살을 방관했다’는 왜곡 보도에 의혹을 부추기더니 국회에선 “석연치 않은 마음에 변함이 없다”는 말로 2차 가해를 했다.
끝내 영결식까지, 양씨는 정부·공권력·언론 어디로부터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양씨는 “먹고살기 위해 노조에 들어갔다”고 했다.
철근공으로 8년가량 일한 그가 건설노조에 가입한 것은 2019년 10월이다.
건설 현장에선 속칭 ‘오야지’로 불리는 업자들의 중간 착취가 만연한데, 노조에 들어가면 처우가 좀 낫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월 강원건설노조 3지대장을 맡았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양씨에게 경찰의 출석요구서가 날아들었다.
공교롭게도 양씨는 노동절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자녀들에게 소고기를 사 먹인 다음날 아침,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질렀고, 치료받다 이튿날 숨졌다.
유서에는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는다”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에게 공갈범으로 비치는 건 죽기보다 더 싫었을 것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동료들은 그를
‘순한 사람’
‘익살맞은 형’
‘헌신적이던 지대장’으로 기억한다.
양씨는 평소 “조합원들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라던 ‘좋은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양씨는 경기 남양주시 민주열사묘역에 묻혔다.
부디 영면하소서.
입력 : 2023.06.21 20:31
수정 : 2023.06.21 20:34
이명희 논설위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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