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사림

 시대를 읽고 義를 세우니 진정 선비로구나

 [충청의 혼]조선중기 문신 시남 유 계 선생

▲ 시남묘

 충청은 조선 사림세력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 사림의 쌍벽을 이루던 영남 남인이 퇴계를 중심으로 학맥을 이어갔다면, 호서의 서인은 율곡의 사상과 학문을 계승했다.

 이 지역 사림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종 복위를 꾀하다 죽임을 당한 충절의 상징인 박팽년과 성삼문을 만날 수 있다.

 각각 대전 회덕과 충남 홍성 출신인 이들은 평소 명분론을 따르기보다 현실성과 시의를 따르는 예를 숭상했으나, 유교이념의 근본 질서를 위배할 경우 자신들의 명분과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팽년과 성삼문 등 사육신의 죽음은 명분과 도덕성, 정통을 강조하는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후 조 헌과 김장생, 김 집, 그리고 '충청오현(忠淸五賢)'으로 불리는 송시열, 송준길, 이유태, 윤선거, 유 계 등으로 그 사상과 학문이 이어진 것이다. 충청오현은 조선 인조와 효종, 현종 대에 걸쳐 벼슬을 하며 호서사림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은 충청이 배출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송시열이나 송준길, 이유태, 윤선거를 거론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유 계를 말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다.

▲ 시남집

 시남(市南) 유 계(兪棨·1607∼1664).

 그는 언제나 대쪽 같았고, 여러 학문을 섭렵하고 많은 저서를 펴낸 학자였으며, 말년에는 약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했다 유배되는가 하면, 호서사림이 갈등으로 분열하려는 조짐 속에서 중간의 위치에 있으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지켰다.

 시남이 태어난 곳은 사실 충청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충청은 '정치적 고향'이자 이름을 크게 떨칠 수 있게 한 발판이었다. 시남은 선조 40년(1607) 2월 25일 수원 서촌 장사에서 아버지 유양증과 어머니 의령남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 교지

 그는 아버지 유양증이 호남 순변사의 막좌로 일할 때 순변사가 '공은 이름난 후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라는 말대로 낳은 아들이다. 어렸을 때 수원과 서울에 번갈아 살면서 6세 때 공부를 시작, 사서와 경서를 익혀 16세에는 율곡, 우계의 이기왕복설을 받아들였다. 17세에 결혼을 한 그는 22세에 진사 초시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2년 뒤에는 생원 초시에 합격한 데 이어 진사에 합격하고, 27세에는 식년시 문과에 급제했다.

 그는 28세에 중림 도찰방에서 벼슬을 시작, 승정원주서와 시강원설서에 임명됐다. 대쪽 같은 선비인 시남은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적극적인 항쟁과 척화를 주장한다.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그는 '갑주를 갖추고 군령을 듣게 함으로써 수성의 뜻을 굳게 해야 한다'는 진언과 함께 청나라 황제의 귀순하라는 글에 회답하지 말고 적극 싸워야 한다는 장문의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인조는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했고 소현세자 일행은 볼모가 돼 청나라로 잡혀가게 되는데, 이를 반대한 시남은 척화죄로 충남 부여 임천으로 유배된다. 임천으로 유배될 당시 읍성에 머물던 시남은 유배가 풀리고 나서도 그곳에 머물면서 '가례집해'를 편찬했으며, 39세에는 예조정랑지제교를 거쳐 무안현감을 지내면서 '려사제강'을 완성하고 송림서원을 중창했다.

 44세에 향리로 돌아온 시남은 송시열을 비롯한 호서의 사림과 교유하면서 황산서원에서 '강거문답'을 저술하기도 했다. 시남은 53세에 대사간에 임명되고, 이어 공조참의에 임명됐으며, 효종의 특명으로 경연에 출입하기도 했다. 현종 집권 초기 50대 중반의 시남은 오랜 벼슬을 통해 쌓아온 국정을 소신껏 펼치면서 많은 국가시책을 건의했다. 우승지와 대사간, 이조참판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진휼미를 마련하고 군사를 줄이는 군제개혁, 도성의 니원(尼院)혁파, 면세전을 줄일 것, 재해를 입은 고을의 적곡을 면제하고 사치를 금해 풍속을 깨끗히하고 기강을 세워 조정을 바로잡고, 간쟁을 받아들여 언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 등을 건의했다.

 그는 말년에 약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청빈했다. 57세에 부제학과 도승지, 우윤, 이조참판 등의 관직을 받았지만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관직을 받을 수 없었다. 이때 조정에 있던 한 관료가 임금에게 한 말이 있는데, 시남이 얼마나 청빈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유계의 병이 바로 내종이어서 우황을 먹어야 하는데, 그의 집이 너무 가난하여 살 수가 없습니다. 선왕조께서 김익희가 병들었을 때 약을 준 일이 있으니 지금도 내국으로 하여금 우황을 찾아서 주게하면 어떻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임금은 시남에게 약을 하사했으나, 시남은 얼마 후 58세의 일기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때 시남의 운구는 임천으로 결정됐으나, 가난해서 운구를 못하게 되자 왕이 예관을 보내 장사를 치르게 했다고 한다. 시남은 호서사림의 대열에서 충청오현으로 불리는 중추적인 인물이다.

 시남 탄신 400주년을 맞아 그의 학문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지난달 2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최근묵 충남대 명예교수는 "시남의 학문적인 연원과 충청도 임천과 금산에서의 생활은 그가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호서사림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가 벼슬을 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호서사림 집단의 옹호와 천거를 통해 현종 대에는 관료로서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남은 정치적으로는 서인을 대변하는 적위적인 인물로 '산족(山足)'이라고 부를 만큼 호서산림의 중추적인 인물로 생을 마쳤다"고 말했다.

 (대전=뉴스와이어) 대전광역시는 2월 28일(화) 대전광역시청 세미나실에서 2007년의 시남 유계(市南 兪棨, 1607 ~ 1664)선생 탄신 40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시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학술 대회는 기계유씨 시남종친회(대표 유재권)와 시남 유계선생연구회(회장 유병하)에서 주최하고 한남대학교 충청학연구소(소장 한기범)가 주관하며 시남 유계선생의 학문과 위상’이란 최근덕 성균관장의 기조발표와 함께 유계의 생애와 학문 및 사상을 조망한 세 편의 논문이 발표한다.

 유계선생은 송시열, 송준길, 윤선거, 이유태와 함께 충청오현(忠淸五賢)이라 불리운 분이다. 그는 사계 김장생과 淸陰 金尙憲 의 문인으로 1630년 문과에 급제하였으나 병자호란 때 설서(설서)로써 척화(척화)를 주장하다가 화의가 성립되자 척화죄로 임천으로 유배되었다.

 그 후 풀려나 금산에 은거하며 학문에만 전념하였으나 1646년 인조(仁祖)의 묘호(廟號)를 정할 때 조(祖)자의 사용을 반대하고 종(宗)을 주장하였다는 이유로 온성과 영월에 유배되는 등 부침을 거듭하며 벼슬은 대사헌과 이조참판에 올랐다.

 유계는 성리학에 밝았으며, 특히 예론에 깊은 학자로 사학에도 정통하였다. 그는 율곡 이이와 김장생의 학통을 잇고, 예론의 입장은 송시열을 중심으로 하는 노론의 전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이이의 학설을 요약하여 “정치의 근본은 수기(修己)이고, 정치의 핵심은 임관(任官)이며, 정치의 급무는 구민(救民)이다.”라고 보고 그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가례원류(家禮源流)』와 『시남집(市南集)』, 『여사제강(麗史提綱) 등의 저서를 남겼다.

 선생은 충남 부여군 임천면 칠산리 칠산서원에 독향(獨享)되어 있는 것을 비롯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의 용강서원과 서천군 비인면 청절사에 배향되어 있다. 이외에도 전남 무안의 송림서원과 함경북도 온성의 충곡서원, 종성의 종산서원에도 배향되었다.

보도자료 출처 : 대전광역시청 /보도자료 통신사 뉴스와이어(www.newswire.co.kr)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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