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학(副提學) 김시찬(金時粲) 

 상소문 시장(諡狀) (13)

聖智出類。俯視羣下。明習無餘。獨運于上。試思十數年來。聖意所向。有以臣下之言而沮止者乎。聖意所不欲。有以臣下之言而行之者乎。加以近者。章疏路阻。忌諱多門。大小臣工。承奉無節。古以善探上意爲小人。今以俯仰揣度爲能事。古以犯顔無諱爲忠。今以率意妄言不知回護爲愚。而言路閉矣。惟此三者。最爲著見之病。嗚呼。如是而有不底於危且亡者乎。先儒有言。知如此是病。不如此是藥。今聖上旣覺悟私之爲害正。宜猛省勇斷。和根拔去。內自心身。外而政敎。一循天則。將見公道大行。治效一新。

성지출류。부시군하。명습무여。독운우상。시사십수년래。성의소향。유이신하지언이저지자호。성의소불욕。유이신하지언이행지자호。가이근자。장소로조。기휘다문。대소신공。승봉무절。고이선탐상의위소인。금이부앙췌도위능사。고이범안무휘위충。금이솔의망언부지회호위우。이언로폐의。유차삼자。최위저견지병。오호。여시이유불저어위차망자호。선유유언。지여차시병。불여차시약。금성상기각오사지위해정。의맹성용단。화근발거。내자심신。외이정교。일순천즉。장견공도대행。치효일신。

임금의 지혜는 무리에서 뛰어나시어 신하들을 굽어보며, 남김없이 밝히고 익혀서 홀로 위에서 운용하십니다. 생각해보건대 십수 년 이래로 임금의 뜻이 향한 곳에 신하의 말 때문에 저지한 적이 있었으며, 임금의 뜻이 하고자 하지 않는 곳에 신하의 말 때문에 행한 적이 있었습니까? 더욱 근래에 장소(章疏)하는 길은 막히고 기휘(忌諱;기피)하는 문이 많아서 대소의 신료들이 받들어 지킬 절차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임금의 의중을 잘 탐지하는 것을 소인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굽어보고 쳐다보며 추측하여 맞추는 것을 능사(能事)로 삼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임금의 안색을 거슬려 거리낌이 없는 것을 충직(忠直)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뜻에 따라 함부로 말하여 보호할 줄 모르는 것을 어리석게 여기니 언로가 막혀 버렸습니다. 오직 이 세 가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병폐입니다. 아, 이와 같은데도 위망(危亡;몹시 위태로워 망할 것 같음)에 이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선유(先儒;예 유학 선인)가 말하기를 ‘이와 같으면 병이고 이와 같지 않으면 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성상께서는 이미 사사로움이 바름을 해치는 것을 깨달으셨으니 마땅히 철저하게 살피고 용감하게 결단하여 뿌리를 뽑아버려야 합니다. 안으로 심신(心身)으로부터 밖으로 정교(政敎;정치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천칙(天則)을 따르시면 장차 공도가 크게 행해지고 다스리는 효과가 새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