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꿀병
- 정끝별(1964~ )
부주의하게 열어둔 꿀병에
까맣게 들앉았네 개미 떼들
어디서 이렇게 몰려들었을까
아카시아 단꽃내가 부르는
새카만 킬링 필드
꿀에 빠진 개미 떼를
몸에 좋다고
푹 퍼먹는
오랜 숟가락들
꿀병에 꽂힌 숟가락을
청춘의
가는 손가락에 쥐어주는
벌어진 입술
여성의 섬세한 손길로 청춘의 달콤함과 그것에 파먹힐지 모르는 두려움, 그 양가적 감정을 상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단꽃내가 진동하는 꿀병 속에 부주의하게 빠져드는 개미 떼 같은 것이 청춘의 사랑.
그래도 “꿀병에 꽂힌 숟가락을
/청춘의
/가는 손가락에 쥐어주는
/벌어진 입술”. 어떠랴, 알면서도 달콤한 입술의 지옥을 못 참는,
못 이겨 벌어지는 것이 청춘이니.
<박형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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