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ntact Us
    사랑방
    생활자료실
    한자 교실
    시 공부방
    역사정보교실
방문자
2
774
3,628
1,044,821
 
>> > 좋은 글방 > 시 공부방
 
작성일 : 08-03-19 07:33

울음이 타는 가을江(박재삼)
 글쓴이 : 김갑동
조회 : 1,178  
[애송시 100편 - 제 60편]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
 
박재삼
문태준·시인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www.chosun.com/js/news/btn_cont.js"></scRIPT>
Url 복사하기
스크랩하기
블로그담기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江)을 처음 보것네.

 박재삼(1933~1997)은 생전에 '슬픔의 연금술사'로 불린 시인이다.  
 시
 '눈물 속의 눈물'에서 "꽃잎 속에 새 꽃잎
/ 겹쳐 피듯이
// 눈물 속에 새로
/ 눈물 나던 것이네"라고 노래했듯이 그의 시들은 눈시울이 촉초근하게 젖어 있다.

 박재삼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이 시는 노을이 붉게 번지는,  
 굽이쳐 흐르는 강을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며 썼을 것이다.
 '눈물'과 '울음'과 '강'과 '산골 물'과 '바다'로 연결되는 물의 이미지는 누선(淚腺)을 자극하고,
 '햇볕'과 '불빛'으로 연결되는 불의 이미지는 삶의 소진과 소멸을 두드러지게 하는 바,
 이 시는 사랑의 비극과 고독과 생(生)의 무상(無常)을 동뜨게 드러낸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뉘가 알리,
 어느 가지에서는 연신 피고
 / 어느 가지에서는 또한 지고들 하는
 / 움직일 줄을 아는 내 마음 꽃나무"('자연(自然)')라는 표현과 쏙 빼닮았다.
 '눈물나고나'와 '보것네' 등의 종결어미에서는 그의 다른 시편에서도 예사인 전통적인 가락의 활용을 보여준다.
 이 시가 처음 월간지에 발표된 후 박두진 시인은 "노도(怒濤)처럼 세찬 현대의 휩쓸림 속에서 배추 꽃목처럼 목이 가늘고 애잔한,
 실개천처럼 맑고도 잔잔한 서정"이라고 평해 신예 박재삼을 주목했다.

 박재삼 시의 가옥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한'과 '가락'의 능수능란한 구사는 그가 자라난 생활환경과 관련이 있다.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생선 장사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집이 가난해서 낮에는 중학교 급사로 일하면서 야간반에서 수학을 했다.
 집 형편이 옹색해 책을 살 수 없어 '가람시조집'을 빌려다 공책에 베껴 쓰고 늘 외웠고,
 중학 시절 김상옥 시인의 작문 지도를 받으면서 전통시의 낭창낭창한 가락에 눈떴다.

병을 얻어 직장을 그만둔 후로는 시를 쓰고 신문에 바둑 관전평을 써서 생계를 꾸렸다.
 '요석자(樂石子)'라는 이름으로 바둑 관전평을 썼는데 바둑계에서는 그를 '박국수(朴國手)'라고 불렀다.
 병을 앓고 난 후,
 가난한 시인은 새봄을 맞는 소회를 썼다.
 "눈여겨 볼 것이로다, 촉트는 풀잎,
/ 가려운 흙살이 터지면서
/ 약간은 아픈 기(氣)도 있으면서
/ 아,
그러면서 기쁘면서…
/ 모든 살아 있는 것이
/ 형(兄)뻘로 보이는 넉넉함이로다."('병후(病後)에') 그러니 우리네 삶이 '햇볕 반(半) 그늘 반(半)'이라 하더라도 오늘 당신은 글썽임보다 반짝이는 쪽을,
 촉트는 생동(生動)을 보아라.

이름 패스워드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비밀글
 
 

Total 3,517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82 눈물(김현승) 김갑동 03-21 1431
81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장이지) 김연동 03-21 1445
80 春分(노천명) 김연동 03-20 1274
79 노동의 새벽(박노해 김갑동 03-20 1233
78 해질녘(다니카와 슌타로) 김연동 03-19 1431
77 울음이 타는 가을江(박재삼) 김갑동 03-19 1179
76 사철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는(장정일) 김갑동 03-18 1513
75 흙(문정희) 김연동 03-18 1495
74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김갑동 03-18 1419
73 水墨(수묵) 정원 -9 번짐 (장석남) 김갑동 03-17 1450
72 내 집(천상병) 김연동 03-15 1283
71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김갑동 03-14 1281
70 개미와 꿀병(장끝별) 김연동 03-14 1461
69 만지다 - 심장6(권혁웅) 김연동 03-13 1358
68 봄바다(김사인) 김갑동 03-13 1401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229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