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진이퇴 (難進易退)

 맹자는 공자가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났다

 進以禮 退以義 (진이례 퇴이의)”

 고 높였다.

 주자는

 “세 번 사양한 뒤에 나아가고, 한 번 읍하고서 물러났다

  三辭而進 一揖而退(삼사이진 일읍이퇴)”

 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주자가 일생 지킨 원칙은 난진이퇴(難進易退)였다.

 나아감은 어렵게 하고, 물러남은 쉽게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예기’의 ‘표기(表記)’에 나온다.

 “事君難進而易退(사군난진이역퇴)  임금을 섬기면서, 나아감은 어렵게 하고 물러남은 쉽게 한다면 자리에 차례가 있다.

  則位有序. 易進而難退, 則亂也(즉위유서. 역진이난퇴, 즉란야) 쉽게 나아가서 어렵게 물러난다면 문란해지고 만다.

 故君子三揖而進(고군자삼읍이진)  그래서 군자는 세 번 절하고 나아가서,

  一辭而退, 以遠亂也(일사이퇴, 이원란야)  한 번 사양하고는 물러나 어지러워짐을 멀리 한다.”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이 뜻을 부연했다.

 “國之忠臣(국지충신)  나라의 충신은

  必在難進之中(필재난진지중)  반드시 나아감을 어렵게 하는 가운데 있게 마련이다.

  難之者為其事之重且大(난지자위기사지중차대)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그 일이 무겁고도 커서

 恐不能堪也(공부능감야)  능히 감당치 못할까 염려하는 것이다.

 小人易進(소인역진)  소인은 나아감을 쉽게 여긴다.

 易之者非貪冐不忌(역지자비탐모불기)  쉽게 여기는 사람은 멋대로 탐욕을 부려 거리끼지 않거나,

 則必佻輕妄作者也(즉필조경망작자야)  틀림없이 경박하여서 망령된 행동을 하는 자이다.”

 다시 이어진다.

 “然而世主所取(연이세주소취)  그런데 임금이 취하는 바는

  必在患失之中(필재환실지중)  반드시 자리를 잃게 될까 근심하는 자들 중에 있으니

  何也(하야)  어찌 된 일일까?

  今人對饌(금인대찬)  지금 사람은 음식을 마주해,

  僕隷在下(복례재하)  하인들이 아래에 있을 경우,

  其知耻謹避者(기지치근피자)  부끄러움을 알아 피하는 사람은

  常不得哺(상부득포)  늘 배불리 먹지 못한다.

  畢竟呼令染指(필경호령염지)  결국 부름을 받아 맛보는 것은

  即無廉隅希望者也(즉무렴우희망자야)  염치 없이 바라는 자들뿐이다.

  世主之與人爵(세주지여인작)  임금이 작위를 주는 것도

  亦猶是也(역유시야)  다를 게 없다.

  故弭耳揺尾(고미이요미)  그래서 귀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흔드는 것은

  乞狗之態(걸구지태)  빌어먹는 개의 태도이고,

  吮癕䑛痔(전옹지치)  등창을 빨고 치질을 핥는 것은

  容悅之臣也(용열지신야)  예쁘게 보이려는 신하이다.

  此雖可鄙(차수加比)  이것이 비록 비루하게 여길 만하지만,

  其源繋于(기원계우)  그 근원은

  上之所造(상지소조)  위에서 하는 바에 달렸을 뿐이다.”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한 채 배 불릴 생각에 꼬리만 흔들어대는 것은 위에서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